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독후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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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7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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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는 중 위와 같은 질문은 만난다. 비밀번호를 분실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묻는 예비 질문이란다.
‘귀찮아 죽겠네. 이것저것 쓸 게 왜 이렇게 많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가지만 이런 질문쯤이라면 얼마든지 단박에 적을 자신이 있다. 나는 곧바로 타자를 두드린다.
‘Steve Jobs
스티브 잡스는 언제 내게 레전드(전설)같은 존재이다. 아직까지 살아있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나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정신과 삶을 대하는 자세는 ‘배움’을 넘어 가히 ‘존경’할 만하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귀여운 사과 모양의 로고를 가진 애플(Apple)컴퓨터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알게 된 게 정확히 언제인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꽤나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그를 ‘존경’하게까지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우연히 학교 선배를 통해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문을 읽게 된 후 그 연설문을 프린트한 종이는 핸드폰, 지갑 다음으로 내가 외출할 때 가방에 꼭 챙기는 필수품이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반복해서 읽고 있는 그 연설문은 단순히 저명한 경영자가 대학교 졸업생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그의 철학과 카리스마, 그리고 인생의 골곡이 생생히 담겨져 있는 스티브 잡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연설문을 통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바로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그는 애플컴퓨터를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을 떨쳐나가던 중 건강진단 후 3~6개월밖에 못 산다는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된다. 그야말로 한참 가속 질주하던 시기에 받는 선고라 정말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완치될 수 있다는 집념과 영감을 갖고 매일 병마를 이기기 위해 싸웠고, 결국 세밀한 검사와 수술 끝에 암을 이길 수 있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죽음의 힘’을 이용하여 두려움과 병마를 극복하고 왕성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사람이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되어있지 않을까? 이토록 ‘죽음’은 우리에게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고 회피해야 될 대상도 아니다. 단지 에너지가 되어줄 뿐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도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박경철 의사는 본명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현직 의사이자 경제전문가이며, 방송인, 칼럼니스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팔방미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하나의 일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외과 의사를 선택할 만큼 ‘의사’로서의 삶에 애착을 지닌 분이다. 의사라는 것은 사람의 병을 고쳐서 ‘죽음’에 이르지 않게 아프지 않게 고통을 덜어주고 없애주기는 물론 죽음의 순간에서 환자를 구해주는 ‘위대한’ 직업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죽음에 관한 지은이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나 자신이 수술로 인해서 죽음을 당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은 읽어나갈수록 나를 오늘 하루도 숨 쉬며 살아가는 데 감사하게 만들었다.
병원에서의 희로애락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의사라는 직업의 화려함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참으로 위대하면서도 고달픈 시절을 보낸다는 걸 느낀다. 병원에서 아름다운 환자들과도 보냈고, 너무나도 힘겨웠던 인턴 레지던트 시절과 환자의 아픔이 자신의 뼛속까지 느껴지도록 힘든 수술도 해왔다. 읽는 도중 문득 그는 행복을 만드는 의사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병이 까다롭고 성격도 까칠한 환자가 그에게 찾아와도 그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도 치유를 해주는 것이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병원 안에서의 많은 경험을 통해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란 있는 법’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말해준다. 또한 힘들수록 버티어야만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더 올라 갈 수 있는 것도 함께 알려준다. 고통을 느낄수록 절망하는 게 아니라 그걸 딛고 일어서는 자만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계발에 더욱 힘쓸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가장 먼저 인상 깊은 스토리는 ‘그녀의 미니스커트’이다. 외국계은행을 다니며 그야말로 잘나가던 20대 후반의 여성이 경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일이 발생한다. 그녀는 중앙선을 넘어 전복된 화물트럭에 깔려 온 몸이 뭉개져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성치 못하여 신원 확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술 동의서를 받을 수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수술을 맡은 담당 의사는 누구보다도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동료 의사들을 설득했고, 결국 위험을 무릎 쓰고 전체 의료진이 연대 서명을 하고 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 정형외과에서 절단 수술을 하고 외과팀에서 개복수술을 하였다. 골반 아래쪽으로 절단을 하고, 소장은 그리 심하지 않았으며, 대장파열이 많이 우려 되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피도 계속 수혈을 받고 있던 터라 피 색깔도 괜찮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수술은 잘 끝나고 얼마 후 그녀의 의식이 돌아 왔다. 그녀는 거의 죽다 살아난 것이기에 의사의 입장에서는 ‘기적’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보호자와 그 사실(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녀의 입장은 의사와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다행히 보호자들은 동의가 없어도 위급한 수술을 빠르게 해주어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환자인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의 앞날은 참으로 창창했었다. 외국계은행에서 인정받으며 MBA 과정을 밟을 예정이기도 하였다. 그녀는 사회적 지위도 컸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만큼 슬픔도 컸다. 그녀는 한 달 동안 유령현상에 시달렸다. 27년간 두 다리가 있었는데 오른쪽 다리가 없다는 것을 뇌에서 인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마다 극심한 통증에 괴로워하며 죽음의 하루를 보내고 후에 더 이상 치료는 필요가 없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직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퇴원 후 1~2주에 한 번씩 외래로 들리는데 차츰 밝아지고 있었다. 두세 달 후에 그녀는 더 이상 외래 통원이 필요 없어졌을 때 그녀가 다시 외래로 찾아 왔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청첩장이었다. 그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목발을 지닌 채로 온 것이었다. 왼쪽다리는 스커트 아래로 뻗어 있지만, 오른쪽 다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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