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손님 비평 미성숙한 주체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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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황석영의『손님』은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근대성으로 규정하면서신천양민학살사건을 재구성하고 상처의 치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우리나라는 신미양요와 병인양요를 거치면서 서양문물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주체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잃고 신민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독립의 과정 역시 우리의 주체적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것이었다. 독립의 기쁨과 동시에 지난 식민시대를 척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내야하는 막중한 임무 속에 주체적 역량이 부족했던 이 시기를 틈타 일본이 물러간 자리에 소련과 미국이 우리를 점유하는 또다른 식민의 상황에 놓이게 됬고 결국 이는 우리를 분단국가로 만들었다. 신천양민학살은 서로 타협되지 않았던 두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이 사건 역시 우리의 주체적 역량 부족에 의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기독교와맑스주의라는 두 이식되어온 사상이 우리의 것으로 소화되지 않은채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질하여 서로를 죽여야하는 폭력성으로 변질했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손님』은 신천학살을 우리 내부에서 저질러진 동족간의 학살로 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이를 미제학살의 관점으로 보고있다. 소설 속에서는 양쪽이 주장하는 신천양민학살사건이 모두 드러나 있다. 소설 속의 내용을 중심으로 우리의 미성숙함으로 일어난 동족간의 학살로 바라보는 신천학살과 미제학살로 바라보는 신천학살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는 어떠한 모습인가 생각해 보겠다.
Ⅱ. 본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복잡한 시간구성을 보이는 이 소설에서 신천사건의 출발은 제너널 셔먼호가 평양의 대동강으로 들어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셔먼호를 제지하려는 중군을 인질로 잡아가두고 교역을 요구하는 셔먼호의 거친 행동에 분노한 평양 백성들이 돌팔매를 날리고 관군도 합세하여 포격을 시작하자 이에 셔먼호도 대포로 응답하면서 벌어졌던 치열한 포격전이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관군의 끊임없는 공격과 모래톱에 걸려 꼼짝못하는 셔먼호에 평양 시민들이 불붙은 배들을 떠내려 보냄으로써 결국 이양선에는 불이 붙고, 체포된 토마스 목사는예수 그리스도를 끝없이 외치며 참수된다. 이것이 서북지방에 처음 내려진 개신교의 씨앗이었다.
평안도와 황해도의 서북지역은 조선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가장 먼저 퍼진 지역이었으며, 신자수도 장로교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삼남지방과 달리 봉건세대로부터 토반이나 향반의 세력이 없었으며 중앙의 사대부로 진출한 집안도 거의 없었던 서북지방은 제너럴셔먼호사건과 같은 자주적인 저항을 보이는 사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독교의 전파라든가 개화에 적극적이었다. 그것은 봉건왕조에 애착을 가질만한 기득권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황석영,「대담-분단시대의통일작가황석영-임꺽정,장길산,우리식의 리얼리즘」,
《사회평론》1991,10.
요한, 요섭의 집안도 할아버지가 세례와 목사안수를 받고 목사 집안의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면서 명실상부 하느님의 택함을 받은 확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우리 손자 요한이 요섭이 잘 듣거라, 나넌 그날 매견시 목사님에게서 은혜 많이 받아서. 나넌 지금두 목사님 목소리가 귀에 쟁쟁허다. 그날 내가 배운 바가 머이댔너냐. 믿넌 자의 사명과 우리 아바지 하나님으 커나컨 사랑이다. 매견시 목사님언 신천에 우리가 차린 성경강독회으에 찾아와선 내게 세레럴 주시고 그해 여름에 전도 려행을 나가셌다가 일사병으로 돌아가셌다. 내가 조반석이 어니랑 피양 나가서 부응회 예배 보구선 방언한 얘긴 들었지? 그 길루 집에 돌아와 대할마니가 뫼시던 성줏단지를 부세버렜다. 난 피양서 성경학교를 나와 목사 안루럴 받았다. 너이 오마니두 나허구 성경학교 함께 나온 목사 집안 딸이여. 너인 친가 외가 모두 하나님에게서 택함받언 백성덜이다. 황석영,『손님』, 창작과 비평사, 2001, 58쪽, 이하 본문인용은 쪽수만 표시함
하지만 부흥회 예배 후에 방언을 하게 된 할아버지가 기독교적 신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들떠서 대할머니가 모시던 성줏단지를 부셔버리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란 곧 그와 다른 사상이나 여태껏 우리 민족의 삶에 뿌리박혀 내려온 관습들을 송두리째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민지와 분단을 거쳐오면서 이루어진 왜곡된 형태의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른바 우리 고유로부터 내려온 토착적 문화도 부인하여성줏단지를 부셔버리는 배타적 태도와 과격함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기독교를 비록한 서구 문화들은 서양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충분히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 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서구를 좇아가려는 과정에서 생긴 충돌이었다.
요한과 대조적인 인물로 순남이 아저씨와 이찌로가 존재한다. 순남이 아저씨는 소작인 집안 출신으로서 소작이 떨어지자 류요섭 집에 머슴으로 들어갔고이찌로(박일랑)는 자작농들 여럿이서 공동으로 고용한 동네머슴이었다. 그는 여름철에는 부서진 마을 앞 징검다리도 놓고 물레방앗간 공동 퇴비장 등을 돌보고 농번기에는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농사일을 돌보고 나중에는 쌀 말로 새경을 받아갔다. 이들은 요한과 같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가난에 찌들려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하느님의 택함을 받지 못함으로써 소외감과 패배감만을 느끼게 되었음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러구 보니께 우리집 주인덜 가족이 다니던 광명교회에 나 겉은 사람언 한번두 얼씬얼 못해서. 소작인이라두 제 식구가 있넌 이덜언 서루 권하구 이끌어서 교회에 더러 나가댔다. 우리겉은 일꾼덜이나 머슴덜언 일년 사시사철 일만 하거나 하다못해 꼴얼 베구 나무럴 하구 소 멕이기라두 하구 있대서. 그낭 먼발치서 예비당에서 들레오넌 종소리나 찬송가 소리럴 듣기만 했대서.(79쪽)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사랑을 채워주고 시련으로부터 감싸주어야 기독교가 주변 가까이 피붙이조차 없는 혈혈단신 가난한 일꾼이나 천한 머슴을 도외시하고 있는 모습은 기독교를 비롯한 서구의 근대 문물의 정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반면에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일꾼이나 머슴들 같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주는 건 공산주의였다.
내가 류장로네 집얼 떠나게 된 거는 강선생 덕분이다. 그이넌 멫해 전에 만주에서 몸얼 사해개지구 돌아온 인테리야.(중략) 그이가 병이 나아 바깥 출입얼 하게 되문서 조합창고루 쓰던 곳에다 야학을 열디. 기때 학교 구경두 못한 떠꺼머리덜과 아이덜이 가서 먼저 언문얼 배우넌데 난두 어쩐지 글 읽넌 소리가 부러워개지구 뒷전에 끼우게 되었디. 일본놈덜 쳐없애야 한다넌 소리럴 곧이곧대루 말은 안했어두 내가배운 소리넌무산자으 세상이니평등이니자본자와 지주니하던 알쏭달쏭한 이얘기덜이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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