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꿈에 대한 끈질긴 도전,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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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끈질긴 도전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을 읽고
중학교 시절 아침자습 시간에 독서하는 시간이 있었다. 반드시 책을 읽어야 했지만 어떤 책을 읽는 지는 개인의 자유였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곤 했다. 그 시절 나는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나의 모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 삶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것 같은 자기 계발서에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꿈을 이룬 사람들이 멘토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된 책을 읽게 되었다. 열 댓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엄홍길의 이야기는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단박에 떠올릴 만큼 그 시절의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다시 그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중학생이었을 때 접한 책에서 엄홍길의 이야기는 책의 한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삶 전반을 비교적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고른 책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은 그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상세하게 다룬 책이었다. 때문에 책장을 펼치기 전,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마치 내가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하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책장을 열기 시작한 후부터는 책에서 손과 눈을 뗄 수 없었다. 해외 원정을 향해 배낭을 꾸리는 것에서부터 그의 등반 여정 중간 중간의 감회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그 순간 내가 그가 되어 히말라야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홍길은 스물다섯 살에 에베레스트 원정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등반의 길로 들어선다. 두 번의 실패 후 마침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지만 그 후 4년 동안은 안나푸르나,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6번 연속으로 실패하게 된다. 그 후 초오유-시샤팡마 등정에 도전하여 성공하고 마칼루, 브로드피크, 로체,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가셔브룸 1, 2봉, 안나부르나, 낭가파르바트, 칸체중가, K2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차례로 성공한다. 물론 히말라야 14좌 완등이 그의 뜻대로 수월하게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안나푸르나는 다섯 번째 도전 만에, 낭가파르바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심지어 그는 등반 중 동상에 걸려 오른쪽 발가락 2개를 절단해야 했고 여러 번의 죽을 고비는 물론 동료 대원과 셰르파의 죽음까지 마주해야 했다. 등정에 실패하여 좌절의 순간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 역시 끝없는 회의감을 느끼고 포기하리라 매번 다짐한다. 그러나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히말라야에 대한 열정이 엄홍길을 다시 그곳으로 이끌었고 그는 16년 만에 오랜 꿈을 이루게 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계속해서 도전하도록 만든 근원적인 힘은 무엇일까?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자신을 밀어 넣고 한계를 시험하는 일을 과연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이러한 의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엄홍길 역시도 목숨을 담보로 산에 오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는 시샤팡마 등반 중에서 눈과 얼음쪼가리 몇 개만 먹으며 이틀을 버텼고 등반 과정 중 동료 대원과 친동생과 같이 여기던 셰르파(산 안내인)의 죽음을 지켜보며 산에 오르는 것이 죽음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또한 셰르파를 구하다가 입은 심각한 다리 부상 때문에 다시 산에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메아리치는 산과 도전에 대한 열정이 다시 한 번 그를 히말라야 앞에 서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엄홍길은 히말라야 8000m 봉우리 14개의 정상에 서는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난을 겪은 후 정상에 서는 느낌을 말로 다 이를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정상에 서는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더라도 대자연이 허락한 기회를 붙잡아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었을 때의 성취감이란 어떤 말이나 글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느낌일 것이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와 같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 새인가 나를 돌아보고 있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비슷하다. 지금의 나였다면 아마 다시 도전할 용기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의지와 노력만으로도 되지 않는 일이 있음을 경험하지만 이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했던 그의 용기가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다시 도전했을 때에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조바심,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발이 묶여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나약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엄홍길은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나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나 꿈에 끈질기게 도전한다.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하산해야 했을 때, 동상에 걸린 발가락을 절단했을 때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채로 히말라야를 떠나지만 결국 그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꿈을 좇는 그의 끈질긴 집착을 보며 자연스레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이미 내 미래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여 꿈꾸는 것을 멈추어버렸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던가. 지난 3년 동안 나는 그저 주어진 대로 맞추어 생각하고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 시절 꿈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있던 나를 대학에 와서부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안일한 삶과 메마른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꿈꾸고 노력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내 미래는 변화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일요일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뒷산에 오르는 것이다. 산을 오른다고 해봐야 트레킹 정도이긴 하지만 루트를 따라 걷다보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뒷산에 오르다 보면 힘든 오르막길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완만한 평지를 걷고 있고 동네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트레킹 중간에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도토리가 열린 것이나 나무를 타는 청솔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작은 기쁨들이다. 아직은 삶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것 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 살다보면 분명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결국 이겨낼 수 있다. 당시의 쓰디 쓴 실패의 경험들은 시간이 흐르면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고, 그러한 고난과 좌절의 순간들이 모여 더욱 굳건한 마음과 세상에 대한 넓은 안목을 만든다. 이미 언급했듯이 나를 포함한 요즘 20대들은 포기라는 선택을 너무도 쉽게 하는 것 같다. 도전하기 전에 지레 겁부터 먹고 도망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자국 나아가는 대신 더 이상 꿈꾸는 것을 멈추어버린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의 꿈을 꺼내 희망이 가득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친구들은 이제 없다. 가끔씩 만나는 그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백이면 백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밀려온다. 나는 우리 모두가 꿈에 대해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했으면 좋겠다.
심한 부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을 때 엄홍길은 자신을 위로하며 이렇게 되뇌었다고 한다. ‘비록 두발로 온전하게 걸어 다니지 못하게 될지라도, 살아있는 한 다시 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라도 다시 꿈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의지와 열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그처럼 꿈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이에 다시 한 번 꿈꾸는 것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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