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꼽추 리처드 세 감 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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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9 /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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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꼽추, 리처드 3세
예술의 전당에서 상연한 ‘꼽추, 리처드 3세’는 생각보다 원작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작에 충실했다는 것은 셰익스피어가 표현하고자 한 대사의 예술성이나 내용을 그대로 잘 재현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자면 그만큼 새로운 시각의 개입, 독창성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극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무대이다. 원근감을 살리고 한쪽 면에 벽을 세운 무대는 좌우의 이동으로 한정될 것 같았던 배우들의 동선에 앞뒤, 상하의 방향을 추가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보다 입체적으로 극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무대장치 또한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의 성향에 맞춘 새로운 시도였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연극에 감각적인 요소들을 첨가함으로써 지루함을 더는 효과도 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대장치는 하나하나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한 예로, 천장에 달린 거울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도록 한 것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왜곡해서 받아드리거나 현상의 단면만을 보고 있는 우리들의 시선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는 첨가된 부분과 삭제된 부분, 축소된 부분들이 존재한다. 마가렛이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장면과 자객들이 클라렌스를 죽이기 전에 고민하는 장면들은 수정되었다. 마가렛의 극중 비중은 줄어들었다고 생각되며, 클라렌스를 죽이는 것은 자객이 아니라 리처드 3세 본인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극의 진행을 속도감 있게 만들고 리처드 3세의 악한 행적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극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의 경우 마가렛의 성격을 파악하거나 리처드 3세를 동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거미’라는 캐릭터의 등장도 눈에 띈다. ‘리처드 3세의 악함이 낳은 그림자’ 정도로 정의 되는 거미들은 리처드 3세가 저지르는 행위들을 대신해서 보여준다. 그의 분신이 ‘거미’라는 어둡고 사악한 이미지의 생물로 대변됨으로 해서 관객들은 리처드 3세를 한층 두렵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행위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때 자신을 한층 몰아붙이는 것 역시 ‘거미’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악’이 한 인간을 침식하고, 침식당한 인간은 결국 악에 의해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리치몬드 행위 역시 인상적이다. 당당하던 그의 모습이 리처드 3세를 닮아버리는 순간 관객들은 오싹한 공포를 맛본다. 역사는 순환하고 리치몬드 역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4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 또한 순환의 고리 어디쯤을 밟고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해지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원작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 당시의 정서와 현재의 정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고 대사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했다고 보인다. 물론 희곡으로 읽는 것에 비해 배우들이 연기하는 대사에는 감정이 실려 있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훨씬 거부감이 없었다. 다만, 앤이나 엘리자베스가 리처드 3세의 말에 의지를 꺾이는 대목의 대화들은 셰익스피어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와 닿았을지 모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희곡을 읽고 갔기에 보다 섬세하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 연극이 사전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 극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연극을 보고나면 리처드 3세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던 안석환은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관객들의 그 애정이 과연 리처드 3세라는 극중인물을 향한 것인지, 배우 안석환을 향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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