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문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 남여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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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
오래 전, 방영했던 있는 인기드라마 ‘주몽’에서는 스스로 “나는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고 말하는 ‘사용’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냥 보기에도 남녀의 경계가 모호한 외모를 가져, 이 대사로 한때 이슈가 되었던 인물이다. 흔히 세상의 반은 여자, 반은 남자라고 말할 만큼 뚜렷하게 양성을 구별하는 가운데,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는 ‘사용’같은 인물이 낯설다. 그러나 식물에서는 어떤가. 암술과 수술이 한꽃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 동물에서도 흔하지는 않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고 있는 ‘자웅동체’인 동물이 다수 있다. 과학저술가 제니퍼 애커먼에 의하면 인간에게 고환과 난관을 모두 가진 진정한 자웅동체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남성과 여성의 특질을 혼합해 가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성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서로 이어진 사람이 25명 중 한명 꼴로 존재한다니 흔하다고 할만하다.
이렇게 인간의 성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갖는 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세계에서 모든 성별이 ‘흑과 백’처럼 정확히 양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동물들의 성별은 생명이 형성될 때부터 확연히 구별되지만, 때로는 성의 경계가 모호할 수도 있고, 성별이 정해지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유동적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동물도 있다. 지구상의 동물 종의 수가 많은 만큼 이처럼 동물들의 성별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이 다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자웅동체인 동물들에는 민달팽이, 해면, 해파리, 지렁이, 멍게 등이 있다. 이들은 서로의 몸에 정자를 발산하여 한꺼번에 양성노릇을 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자웅동체 동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모두가 고착성을 띠거나 이동성이 극히 떨어지는 동물들인 것이다. 이 동물들은 짝을 만날 확률이 반반인 자웅이체보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100% 짝짓기가 성사되는 자웅동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굴은 일생동안 생식기를 교대로 성숙하여 정기적으로 성을 전환한다. 놀래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변하는데, 이들은 가장 큰 녀석이 수컷이 되고 나머지는 암컷이 된다. 수컷이 죽으면 몇 분 내로 가장 큰 암컷이 수컷 노릇을 하기 시작하며 약 2일이 지나면 녀석은 몸의 변화를 거쳐 완전히 수컷이 된다.
동물 중에서도 파충류에서는 태어난 후의 환경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성이 결정되는 동물이 있다. 도마뱀, 거북, 악어가 그것인데, 부화 온도에 따라 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 결정 양식은 수정란이 부화할 장소가 임의적이고, 부화되는 장소의 환경요인이 변동이 많으며, 달라지는 환경요인에 따라 암컷이 유리할 수도 수컷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생존율이 극히 낮은 새끼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살리기 위한 그들만의 독특한 번식수단인 것이다. 온도에 따른 성 결정은 물고기 중에도 한 종 있다. 대서양실버사이드라는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온도가 낮으면 암컷, 온도가 높으면 수컷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성차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염색체 수준까지 확대시킨다면 종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성 결정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에서 이름을 가진 약 200만 종 중에 2000종은 짝짓기를 하지 않고 번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한 성으로 번식을 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민물에 사는 작고 투명한 자루 모양의 동물인 델로이드 로티퍼인데 거의 4000만 년 동안 짝짓기 없이 살아왔다. 이들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이 수정 없이 단성생식을 하는 암컷으로 자란다. 다시 말해 처녀만이 있을 뿐 수컷은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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