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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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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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를 보고 나서...
이 영화를 본지, 올해 초에 봤으니깐 최소 4개월은 더 된 것 같다. 비록 영화 관람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것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워낭은 부리는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 놓은 방울을 뜻한다고 한다. 그 의미처럼 영화에서 소의 목에는 워낭이 달려있다. 작은 종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때때로 희미하게 소리를 울리며 그 모습을 나타낸다. 그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도 등장한다. 소의 무덤 앞에 세워진 긴 나뭇가지 위에 걸린 워낭이 소리를 내며, 마치 소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영화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영화의 제목처럼 워낭소리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뭐라 그럴까 좀 오묘했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더해진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그리 밝은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흔히 휴머니즘 영화를 보면 으레 오는 감동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마음이 안타까웠던 것 같다. 소의 죽음 때문이 아닌 나이가 듦에 늙어간다는 것에서 오는 상실감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소는 모두 왜소하고 나이가 많다. 이미 소는 평균나이를 훌쩍 넘어 1년 이내에 죽을 거라는 수의사의 진단을 받았고 잘 걷지 못한다. 할아버지의 불편한 한쪽 다리는 너무도 가냘 펴 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할아버지도 건강이 안 좋으셔서 하루 이틀 끙끙 앓기도 하신다. 그렇지만 둘은 꿋꿋이 밭을 매고 땔감을 베고 나르고 일을 한다. 함께... 이제 와서 드는 의문이지만 이미 자식들도 다 커서 각자의 몫을 하고 있고 그 정도면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도 충분한 생활을 하실 수 있는데 왜 굳이 일을 하시는 걸까? 아마도 둘이 함께 오래 시간 해왔던 것이기에 그 옛날처럼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나 스스로 답해본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지으신 농작물들은 판매의 목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농약에 생산성은 떨어지고 힘은 배로 들고, 가족들에게 수확한 것을 보내시는걸 보면 생계를 위해 팔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고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가슴에 남는 장면은 할아버지가 소달구지를 타고 정말 오래된 라디오를 대롱대롱 달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옛날 가요를 들으며 가는 장면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그 모습은 소도 할아버지도 참 많이 늙었구나. 구부정한 할아버지의 허리와 작은 어깨, 까만 얼굴에 드리운 깊은 주름들. 소의 뼈만 남은 앙상한 가죽,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 배 밑 털에 덕지덕지 붙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진흙덩어리들, 힘겹게 걷는 걸음걸이는 내게 자꾸 늙어간다는 것은 저리도 초라한 걸까. 라는 생각을 일게 했다. 영화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할머니의 빽빽거리는 잔소리가 없었다면 영화 보는 내내 내 기분은 우울해져만 갔을 것이다.
감독은 영화 워낭소리를 통해서 ‘소리’에 대해 강조했다고 하였다 (경상대 관객과의 대화에서) 수려한 영상이 아닌 소리를 찍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제목이자 주제인 워낭소리는 살아있음, 맥박의 은유이자 메타포라고 했다. 감독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삶의 소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내게는 그런 감독의 의지보다는 영상을 통해 죽어가는 한 늙은 소와 노인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 둘의 관계는 서로의 처지를 공유하고 의지하는 관계로 보였다. 친구, 동료였을 수도 있겠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관계에 늙음과 기력의 쇠함이 만나서 사람들에게 아려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났다. 감동적이다. 슬펐다. 의 평들을 내린 것일지도. 사람은 누구나가 나이가 들게 되고 늙어가며 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의식하며 살기에 우리 현대인들은 지금의 삶이 바쁘고 고달프다. 학생인 나만해도 학과 성적이 신경 쓰이고 금전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생각하느라 걱정이 많다. 즉, 현재를 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마치 잠시 잠깐 쉬었다 가는 느낌이 든다. 먼 훗날의 나의 노년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고, 현재가 아닌 그 다음을 그려보게 된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영화 속 할아버지, 할머니를 통해 투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자신들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도 그려 볼 수 있겠지. 그래서 이 영화에 아줌마, 아저씨들의 발길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의 종반에 소는 죽음에 이른다. 그가 죽기 전 할아버지는 그에게서 워낭을 풀어준다. 마치 현세의 연을 정리하는 것처럼. 조금 후 소는 그렇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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