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국지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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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감상문
“유비, 관우, 장~비!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유비, 관우, 장~비! 천하의 무적일세!”
어렸을 때 TV에서 요코야마 미쓰테루(山 光輝, よこやま みつてる)의 만화 삼국지연의를 방영했었는데, 그 만화의 주제가 중에서 위의 첫 소절은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삼국지연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그저 무작정 노래를 따라 불렀던 것 같다. 나중에 삼국지연의를 제대로 읽고 난 후에야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도원결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또 하나 있다.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60권짜리 만화 삼국지연의가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그 책의 표지에는 “삼국지연의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감히 상대하지 말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는 속으로 “저 60권짜리 삼국지연의를 세 번만 읽으면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사람도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없게 될 거야!”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실 그것이 내가 삼국지연의 읽기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동기이기도 하다.
아무리 강한 동기를 가지고 읽기를 시작하고 독서를 즐겼어도,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다 싶으면 바로 덮어버렸던 것이 나였다. 그런 내가 초등학교 때 삼국지연의 한 번을 다 읽었던 데에는 역시나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흡입력 있는 성격이라는 두 요소의 공로가 컸다. 시대적 배경이 워낙 혼란한 삼국시대였고 그만큼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기는커녕 오히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략과 권모술수, 어제의 내 부하 혹은 원수가 오늘은 나의 적 혹은 오른팔이 되는 이야기들은 단연 압권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또한 분량이 방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일관성 있게 그려지는 점은 삼국지연의가 거작임을 입증한다. 인과 덕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유비, 끝까지 충의를 지키는 관우, 성격은 불같지만 용맹하고 충성심 깊은 장비, 사리판단이 빠르고 실리를 추구하며 야심에 찬 조조, 지략의 대가 제갈량 등 각 인물들의 성격이 전형성을 띠고 있어서 이해하기에도 쉽고, 뚜렷한 개성들은 새로운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장비의 죽음은 정말로 황당했다. 술을 좋아하고 술만 마시면 괜히 트집을 잡는 성격 때문에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고 만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다양한 성격들은 여러 인간상들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가게하고 빠져들게 한다.
나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단편적인 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유비는 착한 사람, 조조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삼국지연의 속에서, 조조는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안하무인이었던 반면, 유비는 항상 자신보다 백성을,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생각하며 한 줄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삼국지연의 발표를 하면서 작가인 나관중이 한(漢) 왕조 중시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유비와 조조에 대한 평가가 상이하게 다른 작가의 관점이 독자인 나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면 새삼 작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에 놀라게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몸도 머리도 커진 나는 흥부와 놀부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내려지는 것을 보면서 무조건적인 이분법적 사고는 편협한 사고 때문에 다양성을 저해하고 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경쟁사회에서 뛰어난 처세술이 강조되는 오늘날, 조조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유비=善, 조조=惡’과 같은 공식의 사고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한 인물을 두고도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평가는 또 어떻게 내려질지 궁금해진다.
삼국지연의를 읽으면서 주목했던 것은 훌륭한 인재를 내 편으로 만들고 또 부하들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유비와 제갈량의 삼고초려는 두말할 것도 없고, 내가 가장 감탄했던 것은 조조의 지략이었다. 바로 ‘망매해갈(望梅解渴)’, 즉 매실을 생각하며 갈증을 잊는다는 이야기이다. 수많은 병력들을 이끄는 장수가 병사들을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주 탁월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제갈량이 강유를 수하로 데려오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도 아주 기막힌 것이었다. 내가 이와 같이 인재 혹은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주목을 했던 것은, 오늘날과 같은 현대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사람이 재산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인재를 곁에 두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갖추어야 할 능력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삼국지연의가 처세술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이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내 머릿속의 삼국지연의 조각들을 조금 더 선명하고 명쾌하게 맞추고자 이번 기회에 다시 읽게 된 삼국지연의는 나에게 이렇게 큰 수확들을 안겨주었다. 끊어졌던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끼워 맞추고 보니, 삼국지연의는 오래도록 곁에 두고 평생 동안 가까이 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중국이라는 큰 대륙을 통치했던 모택동은 고전에 통달했다고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는 앞으로도 삼국지연의를 제외한 중국의 4대 기서 중 나머지 작품들인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를 비롯하여 기타 여러 작품들을 읽으며 새로이 배우고 날마다 깨우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갈량처럼 하나를 보면 열, 백까지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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