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헌법의 풍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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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을 읽고
책을 고르려고 집안 책장을 서성이다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헌법의 풍경’ 이였다. 법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그런지 ‘법’이라는 단어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1학년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된 후 고등학교 때 법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법학과에 대한 환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법학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법학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의 시선으로 인해 법학을 공부하고 법학과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시험기간이 되면 강의시간에 배운 것과는 다른,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교수님께서 집어주신 문제들만 달달 외우고 있는 내가 어느새 한심하게 느껴지기 까지 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이런 우리나라 법학 교육방식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법대에 진학한 계기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심어준 공포와 두려움이라고 했다. 법학을 동경하는 남들의 시선으로 인해 법학과에 진학한 나의 동기를 저자의 동기와 비교하기엔 부끄럽지만 법학에 대한 ‘애정’이 동기가 아니였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법학과에 진학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실로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말 그대로 나는 남들과 다른 ’우월감’ 을 느끼고 싶어서 법학과에 진학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진정으로 법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강한 모티브가 필요했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폈을 때 법에 대해 지루하고 진부한 말들을 줄줄이 써 놓은 기존의 법 관련 서적과는 확실히 다름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일명 ‘일류 법률가’들이 본래 소명을 저버리고 있고 일부 법률가들은 자기 집단과 권력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지식과 능력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법학과에 진학하게 된 또 다른 동기는 2년 전 TV에서 방영한 ‘검사 프린세스’라는 드라마를 시청한 후 검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이기도 했다. 그 드라마에서는 부유하고 머리는 좋지만 철이 없는 여주인공이 한 순간에 검사가 되고 그 후 사건을 배당받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달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고 일도 사랑도 얻는 그런 완벽한 여검사역이 나온다. 저자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가장 많이 나오는 직업 중 하나가 ‘검사’ 인데 이유인 즉슨 권력, 성공, 정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법률가’들의 권력이 실로 막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과연 법은 누굴 위해 제정되었을까.’ ‘과연 법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것은 답이 정해져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들게 한 것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해 판·검사 혹은 변호사가 된 법률가들이 의뢰인들을 도와주기 보다는 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실리를 채우기 급급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법률가들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법조계를 TV, 영화로 밖에는 접할 기회가 없는 나에게 법조계의 현실과 법률가들의 권력남용 등이 적나라하게 쓰여진 이 책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전공시간에 법전을 읽으면 ‘은,는,이,가’ 조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용어가 한문으로 되어있어 해석하는 어려움이 있다.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말도 굳이 어려운 단어로 만들어진 법전을 보며 나의 어휘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학문이라 이런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이것을 바로 법률가들의 고유한 특권을 누리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하였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언어로 가득 찬 법전 해석 권한을 독점함으로써 남들과는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해석능력을 독점함으로써 권력을 장악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법률가들의 의식수준은 나타내는 것 아닐까 싶다. 이 내용에 덧붙여서 ‘리갈 마인드’라는 것을 연결시킬 수 있겠다. ‘리갈 마인드’는 이 책에서 수도없이 등장하는 단어이다. ‘잘 훈련된 법률가의 지적. 법률적 능력 또는 입장’이라고 정의하는 데 논리라기 보다는 일종의 직관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 하면 법률가들의 주관적인 가치관이라 할 수 있겠다. ‘리갈 마인드’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면 소수 법률가 집단이 자신들의 권력이나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 앞서 예로 든 어려운 단어로 만들어진 법전을 비롯하여 ‘리갈 마인드’를 일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흥미를 느끼게 해준 부분은 4장‘똥개 법률가의 시대’에 나오는 서정우 변호사의 ‘비자금 모집 사건’이였다. 서정우 변호사는 뒷말 많은 법조계에서도 평판이 좋고 겸손하기로 소문난 분이였다.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승진하였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청렴한 생활을 하였고 퇴직 후 변호사 개업까지 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당시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 최측근에서 법률고문으로 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느날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는데 실패한 후 그는 비자금 모집에 가담했다‘는 죄목으로 긴급체포가 된다. 이 사건은 법조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다.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청렴한 듯이 뒤에서는 여느 부패한 법률가들과 다를 바 없는 짓을 한 서정우 변호사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과연 그는 이중인격자 라는 말을 들어야 할까. 그를 그렇게 만든것은 그의 이중성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학연, 지연의 끈 때문일 것이다. 이회창씨와는 고등학교 대학의 선후배로써 법조계의 선후배로써 정신적 스승. 제자 관계였다. 한마디로 이 관계가 서정우 변호사의 청렴한 생활에 막을 내리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권력층에 있는 법조계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가족’적인 관계는 서정우변호사 사건처럼 한순간에 불명예를 안겨다 줄 사건을 가져 올 수도 있다. 이러한 예는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도가니’ 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 영화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법조계의 허술한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이용해 검사출신의 변호사가 특혜를 얻게 된다. 이 책에서도 나오듯이 전관예우는 일종의 관례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말한다. 2011년 개정된 변호사법은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실제 징계한 사례가 드물고, 처벌의 강도가 경미하여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한다. 학연·지연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인간관계와 법조계의 현실은 불가분의관계 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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