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라이터스와 고독한 스승의 차이, 그리고 나의 교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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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와 ‘고독한 스승’의 차이, 그리고 나의 교사상
‘프리덤 라이터스’에 등장하는 그루웰 선생님과 ‘고독한 스승’에 나오는 클락은 같은 교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루웰은 여선생님다운 온화함으로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데 반해 클락은 독선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카리스마로 학교 전체를 전두지휘하며 자신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벗어나는 학생들은 가차 없이 학교 밖으로 쫓아낸다. 하지만 두 교사 모두 학생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교실과 학교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장차 교사를 꿈꾸는 나에게도 교사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럼 지금부터 ‘프리덤 라이터스’와 ‘고독한 스승’에 나타난 여러 가지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먼저 앞에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그루웰과 클락은 성격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 다른 성격은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루웰이 재직 중인 학교의 학생들은 갱들의 파벌싸움에 의해 친구, 부모, 형제를 잃거나 감옥에 보내야만했던 14~16세 정도의 흑인, 백인, 라틴계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세계와는 다른 색의 세상에 살고 있는 이질적인 백인 초임 여교사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사사건건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루웰은 학생들의 위태로운 환경과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기위해 조금씩 다가간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실제 피해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빈 노트 한 권을 주며 학생들의 생각과 고민, 이야기하고 싶은 말을 적게 하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은 그루웰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서히 변화해 간다.
클락은 그루웰과 같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타입의 교사는 아이다. 클락이 부임할 때 학교는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폭력과 마약 등의 범죄가 만연한 혼돈의 소굴이었으며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수준으로 위태로운 곳이었다. 클락은 응급환자의 수술을 맡은 배태랑 의사의 자격으로 학교에 갔다. 전교생의 숫자는 3000명. 클락은 그중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300명을 바로 퇴학시켜버린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게 되는데 클락은 자신의 주관이 확고하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이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계속해서 밀고 나간다.
사실 그루웰과 클락은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루웰이 담당하는 학생들은 교실 단위의 학생들이다. 따라서 개인이 노력한다면 학생 한명한명과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정서적 친밀감도 쌓고 학업적인 변화도 이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클락의 경우 학교의 총 관리자의 역할로 학교에 갔다. 그루웰이 교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클락은 학교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야할 의무가 있다. 3000명의 선원이 탄 배의 선장인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선장이 선원 한명한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며 공감하고 신경 쓴다면 배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선장이라면 선원들이 지켜야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해야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그리고 ‘프리덤 라이터스’와 ‘고독한 스승’은 모두 학교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의 범위가 다르다. ‘프리덤 라이터스’의 경우 교사 개인의 고뇌,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수업 장면, 정서적 친밀도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이것이 교사가 겪는 학교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분명 교사는 학교에서 다른 교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하고 학부모의 관계나 지역사회, 교육 당국과의 이해관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초점을 교사와 교실에 한정시켜 미시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그려냈다. ‘고독한 스승’의 경우 ‘프리덤 라이터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교사와 교사와의 갈등, 교육 당국과 학교 관리자와의 이해관계 등에 대해 그려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거시적으로 접근하여 클락이 겪는 개인적인 고민이나 심리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클락이 고집스러운 교육관을 가지게 된 배경이나 가정과 학교 사이에서의 갈등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으면 좀 더 사실성 있는 교사의 모습을 형상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변화가 나타나는 과정에 대한 문제다. ‘프리덤 라이터스’에서는 처음에는 그루웰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이 대화를 하고, 홀로코스트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고, 빈 노트를 채우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학생들의 변화 모습이 일리가 있고 일관성을 가지면서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독한 스승’의 경우 학생들의 변화는 ‘기초 학력 합격’ 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클락이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고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에 대한 설명은 있어도 ‘기초 학력 합격’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드러난 곳이 없다. 단순히 ‘기초 학력 합격’이 영화의 극적인 결말을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선생님께서 왜 이 두 영화를 같이 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다. 그루웰은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학생들에게 헌신적이었던 교사다. 그녀는 학생들의 상처를 이해했고 그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그녀의 진심은 여러 가지 상처를 가지고 있던 학생들을 변화시켰고 그녀의 교육 방식이 옳았음은 학생들의 밝은 미소를 통해 증명이 되었다. 클락은 굉장히 강압적인 교사이다. 자신의 원리원칙만을 고집하며 오로지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옳기 때문에 타협은 없다. 그래서 다른 교사들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겪고 학생들과도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는다. 그래도 옳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언제나 학생들을 올바르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육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러한 클락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사실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학생들은 인격적으로 가소성이 굉장히 큰 시기를 지나고 있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긍정적이고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제재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부는 말들이 올바른 길을 벗어나 낭떠러지로 가고 있으면 채찍질을 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한다. 말들은 당장에 채찍으로 받은 고통만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마부는 결국 마차가 도착할 목적지를 생각하고 말을 몰아야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떠한 교사가 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루웰? 클락? 아니면 둘의 모습이 조화를 이룬 완벽한 교사상? 사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교사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 눈으로 어디를 봐야할지 알려주는 교사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교사의 제재의 목적이 제재 자체에 있지 않고 학생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함에 있다면 교사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신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온화한 클락 같은 선생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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