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옹전] 부제 - 우리시대의 참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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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옹전 >
부제 : 우리시대의 참 스승
처음 민옹전을 접했을때 편안한 느낌과 기이한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딱히 어떤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박지원의 글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예리한 풍자의식도 별반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민옹이라는 한 기이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어서, 기이하고 편안했다. 일독 하였을때 너무 내용이 밋밋한지라, 한번을 더 읽고 그리고 한번을 또 읽었다. 그러나 읽을때 마다 그 편안함과 기이함은 증폭되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민옹에게서 ‘삶의 달인’만이 갖을 수 있는 초연하고 태평하지만, 강단있고 예리한 통찰력을 크게 느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참된 스승’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삼라 만상이 벌어진 현실 세계는 그야말로 경탄의 대상이다. 천지에 꽉 차 있는 각종 물상들과 상상 가능한 모든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선인지 악인지도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 비재 하며, 증오와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이 이 세상에 어울리고, 슬픔과 기쁨 역시 같은 감정의 다른 말인 듯도 싶다. 더구나 현대는 그 빠르기와 복잡함이 과거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변화의 주기가 굉장히 속도감 있고,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이 그렇게 바쁠 수 없다. 천변 만화하는 현실 세상은 마치 호화 찬란한 백화점과도 같다. 수많은 물건 속에 파 묻혀 이것 살까 저것 살까 고민만 하다 그만 아이쇼핑으로 만족하고 돌아오듯이, 자칫 이 숱한 현실의 곁가지들에 현혹되어 이 일 저일 끄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란 존재는 생노병사의 과정을 착실히 밟다 다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석가 부처가 말씀하신 ‘일체개고’아니겠는가. 그럴 수록 우리는 삶의 본질에 대해 자꾸 질문하고, 근본에 대해 캐 물어야 한다.1) 나무의 가지가 아무리 무성해 봤자 그 근본은 한알의 씨와 뿌리를 바탕으로 나온 것임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는 가끔 시간을 내어 근본에 대해 스스로 질문 해 본다. 그런데 그것이 배움에 관한 것이든, 개인의 능력에 관한 것이든, 운동이든, 연애에 관한 문제든, 항상 질문의 귀착지는 ‘삶’에 관한 것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행복한 삶’에 관한 것이었다. 배움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배워서 돈을 벌려고 하든, 아니면 자신의 내면적 깨달음의 욕구를 충족 시키려 하든간에, 무엇이든 더 좋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 함이 아니겠는가?
1) 한동석, 대원출판, 우주변화의 원리 p47. pp415-416.
2) 김현원, 선행기획, 한국교육 그러나 희망은 있다 pp78-83
그렇게 하나씩 따져 묻다 보니 현실의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개탄하게 되었다. 배움이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일진대, 과연 우리의 학교 교육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가? 나는 아니라고 단정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학교 교육은 우리 삶과 유리된 지식 주입 일변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2) 행복한 삶을 위해 지식은 필요 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행복한 삶이라는건 결국 인간에 관한 문제이고, 인간에 관한 문제는 다시 인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스스로가 인식하는 것에 따라 누구는 빵 한 조각도 많다고 행복할 수가 있고, 누구는 왜이렇게 적냐며 불평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우리에게 와 닿지 않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그리고 그 마저도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이라서 우리의 인지를 발달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더 나은 직장과 상위 학교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행복한 삶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획일적인 교육방식이 또한 우리를 행복한 삶에서 멀어져 가게 하고 있다. 나무에 석유를 뿌리면 그 나무는 말라 죽게 된다. 잡초는 물을 주면 줄 수록 잘 자라지만 선인장은 물을 많이 주면 썩는다. 마찬가지로 각양 각색인 배우는 이들의 욕구에 맞는 지식과 깨달음을 스승은 나눠 주어야 한다. 적재적소에 맞는 지식과 깨달음을 투여해 배우는 이들을 선도 하는것. 그 역할을 하는 이들이 스승이다. 따라서 올바른 스승이란, 배우는 이들의 인식을 확장시켜 주고 죽은 지식을 앵무새처럼 떠들기 보다는 필요할 때에, 적재 적소에, 알맞은 지식의 양분과 깨달음의 생명수를 공급해 주는 자라는 생각 할 수 있다.
다소 길게 돌아 왔는데, 민옹이 바로 그런 참스승의 사표가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결론을 이끌기 위함이었다. 어째서 그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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