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꿈이 실린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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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꿈이 실린 흥부전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어쩌면 영원히 실현될수 없는 희망사항이다. 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만으로도 사람은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라는 꿈을 꿀것이고 병든 사람은 건강이라는 꿈을 꿀 것이다. 개인의 생각과 환경이 다른 것 처럼 그들의 꿈도 모두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좀더 발전된 모습을 지향한다는 것에 공통점이있다. 이러한 꿈을 문학과 연관시켜 생각해보자.
걸작으로 뽑히는 문학 작품들은 모두 그 속에 인간의 욕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인간의 욕구가 바로 꿈이라고 할수있다. 문학 작품속 인물들의 살아 숨쉬는 욕구들이 독자에게전염되고 또 그것에 동화될 때 그 문학작품은 생명력을 얻고 오랜 기간 사랑받는다. 그럼 흥부전은 사람들의 어떠한 꿈을 표현하였기에 소설로 또 판소리로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을까?
흥부전에선 박 사설이 대개 절반 이상의 분량이다.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 내어 ‘박타령이라 부를정도로 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질적으로 보아도 박은 흥부에게 복을 주고 놀부에게 벌을 준다는 점에서 주제를 나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박을 그저 복과 화의 전달도구로만 생각하였을뿐 그 이면에 숨겨진 옛날 사람들의 구체적인 욕구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에세이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중 이 박속에 숨겨진 색다른 욕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박은 복과 화의 전달 도구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표현 한 것으로 볼수있다. 박의 세계는 현실 세계가 아니라 사후인 저승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승에서 착한 일을 하면 저승에서 복을 받고 이승에서 나쁜짓을 하면 저승에서 벌을 받는다는 당시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된 것이다. 뒤에서 또 얘기가 나오겠지만 현실 세계는 사람이 바르게 산다고 항상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제약도 많고 양심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과 불만이 박의 통한 사후 세계에선 불만의 여지없이 공평하게 실현되는 것이다.
박에 대해 조금 더 얘기 해보자. 박은 흥부전을 여는 열쇠이자 흥부전을 닫는 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박의 세계를 사후의 세계로 보게 되면 흥부에게나 놀부에게 일어난 일은 이승의 일이 아닌 저승의 비현실적인 세계이다. 당시 평민들은 현실적으로 신분적 제약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편안하게 꿈 꿀 수 있었던 것은 사후세계의 행복 뿐 이었다. 박은 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일시라도 잊기 위한 다른 세계의 표현이다. 소설 속에서라도 자유롭게 꿈꾸어 보고 쉽은 사람들의 욕구라 할수있겠다.
흥부전은 인생 역전의 드라마다. 가난한 사람에서 돈이 많은 부자로 역전되는 드라마가 흥부전에 나타난다. 사람의 가장 큰 욕망중에 하나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어느 카드회사에서 이점을 꽤뚫고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멘트를 써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경제적 관념이 있는 사람 모두 물질적 풍요 즉 부자를 꿈꾼다. 이러한 물질적 풍요를 원하는 꿈은 옛날 사람이라고 별 차이 없었던거 같다. 아마 이러한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를 기초로 썼기 때문에 그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그동안 생명력을 가진 작품으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거 같다. 가난에서 착한 마음씨 하나로 큰박을 터트려 흔히 말하는 말로 대박난 흥부는 우리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주인공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금 현실속에서 복권이나 로또등의 박을 썰며 대박을 꿈꾸는 제2의 제3의 흥부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이젠 그들도 흥부가 대박난 이유인 착한 마음씨를 알고 산다면 물질보다 소중한 행복의 의미를 알수 있지는 않을까?
흥부전의 주제를 흔히들 ‘권선징악’이라고 한다. 말을 풀어 쉽게 쓰면 ‘착한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고 나쁜짓을 많이 하면 벌을 받는다’ 라고 쓸수 있다. 이렇듯 선을 권장하고 악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모호한 선악의 구분대신 명확한 선악의 구분이 필요하다. 흥부전에서는 나쁜 인간형으로 형인 놀부가 나온다. 이 나쁜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놀부는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 데 부채질하기, 해산한 데 개 잡기, 장에가면 억매 흥정하기, 집에서 몹쓸 노릇하기, 우는 아해 볼기 치기’등 여러 몹쓸짓을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이는 정의롭고 올바른 인간형인 흥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상상속으로 나마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꿈꾼다.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볼때마다 이러한 꿈들은 더욱 견고해져 나간다. 이러한 정의가 승리해야 한다는 욕구가 흥부전에 나타난다. 정의가 힘이 아니라 힘이 정의가 되는 현실속의 불만은 흥부전에서 흥부의 기적같은 성공으로 해소되고 또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
이러한 흥부전에 나타난 여러 사람들의 욕구를 찾다보니깐 그 욕구의 시작이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일반적인 문학작품일 경우 작가를 분석하여 작가의 시대적 환경이나 사상관을 분석하는 것이 그 욕구의 시작을 찾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것이다. 바로 작가가 보고 느끼는 그시대의 사람들의 욕구가 작가로 인해 글로 표현된것이 문학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부전은 작가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흥부전의 뿌리를 찾아 보는 것으로 그 욕구의 출발점을 찾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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