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행동주의 - 경험사례 - 도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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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행동주의
1. 이론 개괄
스키너는 원래 문학도였다. 그는 자기 성찰 과정에서 ‘문학가들이 진리를 보지도 않고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말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문학의 한계를 느껴 다른 대안으로서 과학을 선택하면서 과학도의 길로 접어든다. 그는 러셀의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행동주의를 접하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행동주의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를 정립해 나간다. 스키너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내면성에 의존하는 전통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행동 체계로서의 인간상을 제시한다. 행동 체계로서의 인간상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환경은 행동을 촉발하는 자극이며 행동은 자극의 결과로서 반응이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외적 변수에 의해 해명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스키너가 관심을 갖는 행동 체계는 어떠한 반응에 어떠한 강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주어지는가를 내용으로 하는 강화 조건에 의해서 설명된다. 강화 조건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행동주의의 한 가지 접근으로서 스키너에 의하여 정립된 조작적 조건화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작적 조건화는 기존의 고전적 조건화와는 달리, 복잡한 후천적 행동이 특정의 자극과 강화에 의하여 조건화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실험실의 동물 행동에 대한 엄격한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특정 행동 혹은 조작이 외부에서 주어진 변별적 자극과 행동 다음에 제공되는 강화자에 의하여 학습 및 강화된다는 이론이다. 즉 행동은 결과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다. 스키너는 ‘스키너 상자’라는 실험 장치를 통해 유기체가 복잡한 환경상태에서도 스스로 반응양식을 습득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가 스키너 상자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그가 과학의 전개 논리를 단순한 현상에서 복잡한 현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과 다른 유기체가 행동의 원리에 있어서는 질적인 차이를 갖지 않고 동일하다고 보나, 양적인 의미에서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본다. 그는 이와 같은 양적인 차이를 인간의 ‘언어 행동’이 보이고 있는 복잡성에서 찾고자 한다. 스키너가 언어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행동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인간 행동의 특이한 측면을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차이점은 아마도 언어 행동의 영역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언어행동을 다른 사람을 매개로 강화되는 행동 혹은 다른 유기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으로 규정한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지만 행동주의에 있어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서 특정 행동이 있은 다음에 그 행동이 다시 나타나게 하는 현상은 ‘강화’이다. 강화는 특정 행동이 있은 다음에 제시됨으로써 행동이 강화되는 정적 강화와 특정 행동이 있은 다음에 제거됨으로써 행동이 강화되는 부적 강화로 구별된다. 정적 강화는 예를 들면 자기 방을 깨끗하게 청소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칭찬을 하거나 선물을 사주는 것이다. 정적 강화를 받은 아이는 이후에도 보상받은 행동을 하려고 할 것이다. 부적 강화는 전기쇼크나 열과 같은 negative reinforcer을 제거하는 방법, 즉 불쾌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고 철회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 모두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스키너는 강화를 제공하는 유형을 반응에 대한 다양한 ‘강화 스케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강화 스케줄로는 지속적인 강화와 간헐적인 강화가 있는데, 지속적 강화는 반응이 있을 때마다 강화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매번 반응이 있을 때마다 강화를 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강화 스케줄은 처음에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한다. 간헐적인 강화는 스케줄을 간격이나 비율에 따라서 강화를 주며, 고정적으로 주거나 일정치 않게 강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간헐적인 강화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고정간격 스케줄, 변수간격 스케줄, 고정비율 스케줄, 변수비율 스케줄이 그것이다. 고정간격 스케줄은 특별히 정해진 시간 간격에 따라 강화를 주는 것이고, 변수간격 스케줄은 일정한 시간의 한도 내에서 강화를 주는 시간 조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고정비율 스케줄은 특정한 반응 빈도를 보일 때마다 강화를 주는 것이며, 변수비율 스케줄은 특정한 반응이 나타날 때마다 강화를 주지만 반응의 빈도를 고정적으로 하지 않고 다양하게 정하여 그 빈도에 따라서 강화를 주는 것이다. 변수비율→고정비율→변수간격→고정간격 순으로 높은 비율의 반응을 발생시킨다.
스키너는 행동 조성에 대해 인간의 행동의 대부분은 한꺼번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점진적으로 학습된다고 본다. 또한 복합적인 행동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행동의 단계로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2. 경험 사례 분석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다. 내가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도 선생님을 만난 후부터였다. 4학년 때의 선생님은 첫 시간에 책상을 모두 뒤로 밀게 하더니, 넓어진 교실 중앙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그 사이에 껴서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구같이 어울렸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한마디라도 나누기 위해 스스로 자리를 옮겨 다니셨고, 친해지기 위해 무척 애쓰셨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비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고도비만에, 목소리도 커서 지난 학년에 왕따를 당했던 아이였다. 새 학년이 되어 그 아이와 처음 만난 아이들도 이미 그 아이가 지난 학년에 왕따를 당한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암암리에 그 아이와는 아무도 놀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이 먼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깨동무를 하고 ‘네가 오한비야? 이야- 네가 그렇게 유명하다면서!’하고 옆에 있던 아이에게 ‘승윤아 너 한비랑 같은 반이었니? 그러면 서로 잘 알겠네.’하는 식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소외되었던 한비를 화두로 제시하고 그에 대해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게끔 분위기를 조성했다. 선생님이 기존의 선생님과 달리 특이했던 점은 아이들과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다는 거였는데, 수업이 시작하고 아이들이 준비를 하기까지 ‘오한비, 어제 엄마 설거지 하는 거 도와드렸다면서? 보기보다 기특한걸?’하는 식으로 간간히 한비에 대해 언급하는 동시에 칭찬으로 아이들이 한비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기존의 한비의 이미지는 미련하고 힘만 세고 폭력적인 아이였는데 점차적으로 그 이미지는 귀엽고 섬세하고 재미있는 아이라는 것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우리의 관념 속의 이미지와 실제 한비의 변화 둘 다 적용된다고 본다. 어린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과장된 사실로 왜곡된 바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전의 한비는 폭력적인 면모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선생님은 우리에게 한비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기 전에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고, 한비 역시 선생님의 노력 속에서 변화하게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 한참 왕따가 유행이었을 시기라서, 다른 반에는 모두 왕따가 있었는데 4학년 때의 우리 반에만은 왕따가 없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본다.
→ 도덕 수업 시간에 예전에 봤던 영상 중 ‘석재’라는 아이가 나온 영상을 보고 잊고 있던 존재인 한비가 생각났다. 선생님의 주도 하에 진행한 실험으로 인해 아이들이 달라졌고, 석재도 달라졌다. 어떻게 몇 주 만에 웃지도 않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가 잘 웃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한비에 대한 선생님의 의도적 강화에 대한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 반이 왕따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노력 덕분이다.’라는 생각은 이전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고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착해서 왕따가 없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모든 행동은 외적인 변수에서 이루어진다고 한 스키너의 이론처럼 ‘내적인 것(선한 마음)’으로 설명되었던 나의 과거 행동들이 ‘외적인 것(선생님의 의도적 강화)’였다는 사실은 마치 영화 속 반전만큼이나 쇼킹한 것이었다.
스키너의 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 선생님이 한비에게 정적 강화를 간헐적으로 준 것이 된다. 스키너는 강화나 처벌 중 강화를 추천하며 그 중에서도 정적 강화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선생님의 학생 지도는 가히 효과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키너는 인간은 개별적으로 환경과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개로 환경과 간접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강화를 주고받는 형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 자체가 일상화됨으로써 ‘사회적 성격’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는 그 일상성으로 인해 일종의 ‘규칙’의 형식을 띠게 되고, 인간들은 그 규칙을 따름으로써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강화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실을 사회로 본다면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끼리의 강화를 주고받는 형태가 일상화되면서 ‘우리 반은 왕따가 없다.’는 ‘규칙’의 형식이 적용되어 그 규칙을 따름으로써 학급이라는 환경으로부터 강화를 받는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생각해 본다고 하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내적인 것’에 의해 설명해왔던 일들을 사실은 ‘외적인 것’에 의해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는 인간을 두고 “참으로 개와 같다!”고 한 스키너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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