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현`의 문제 -`패강랭`, `토끼 이야기`, `해방 전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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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강랭>은 1938년 1월 《삼천리문학》에서, <토끼 이야기>는 1941년 2월 《문장》에서, <해방 전후>는 1946년 8월 《문학》에서 각각 발표되었다. 발표 시기가 꽤 차이가 있는 세 작품에서 ‘현’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공통적으로 내세웠음을 통해, ‘현’이라는 인물의 형상화를 통한 소설적 효과를 기대했음을 얕은 수준에서나마 추측해볼 수 있다.
세 작품에 드러나는 공통적인 특색은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면모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물론 이태준의 많은 작품들에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패배적 인간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현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 형상화의 방법이 비단 ‘현’의 소설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인물 형상화가 ‘현’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다는 점은 중요한 특색인 듯하다. 다시 말해 이태준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가 작가 혹은 주인공의 외부에 존재하는 인물인 경우도 많은 것에 비해 세 작품에는 이러한 인물이 ‘현’이라는 주인공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바람은 없으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강가에 흩어진 나뭇잎들은 서릿발이 끼쳐 은종이처럼 번뜩 번뜩인다. 번뜩이는 것을 찾아 하나씩 밟아본다. … 현은 술이 확 깬다. 저고리를 여미나 찬 기운은 품속에 사무친다. … 밤 강물은 시체와 같이 차고 고요하다. (189면)
<패강랭>의 현은 오랜만에 찾은 평양에서 예전같지 않은 폐허와도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 속에서 ‘찌싯찌싯’하게 겨우 붙어있는 친구 박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그리고 이 둘과는 상반되는 인물인 부회의원이자 실업가인 김과의 술자리에서, ‘팔리는 글을 쓰라’는 투의 김의 언사에 ‘우린 이래봬두 예술가다! 예술가 이상이다’(188면)이라며 과격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현은 빨간 벽돌의 분묘와도 같은 경찰서가 웅크리고 여자들의 머릿수건이 사라진, 김 같은 인물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현실에 예술가의 강한 자의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하지만 인용부에서의 감각적 묘사에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적인 불안과 갈등의 정서가 표출된다.
<토끼 이야기>는 이러한 패배자적 자기 인식을 하고 있는 주인공 ‘현’의 문제가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은 생계를 위해 1년에 하나씩은 꼭 신문소설을 썼지만, 그의 야심은 자신의 예술욕을 채울 수 있는 단편의 창작에 있었다. 신문이 폐간되자 현은 그러한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목적으로 퇴직금을 쏟아부어 토끼를 기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먹이의 문제에 의해 토끼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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