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산업화 과정과 문학의 사회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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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산업화 과정과 문학의 사회적 확대
1. 산업화 시대의 문학
한국 사회는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 돌입하여 여러 가지 사회 변동을 겪게 된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벽두부터 주목되기 시작한 경제 개발의 성과는 그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막대한 외국 자본과 기술에의 의존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경제적 토대의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더구나 산업화의 강력한 추진과 총력안보를 빌미 삼아 유신 체제라는 독재 체제가 지속되고, 통치 권력의 강화가 정치 사회적 통제로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낳게 된다. 그리하여 유신 체제가 무너진 뒤에도 1980년대 중반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불만과 갈등이 심화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편중된 지역 개발, 농촌의 문화적 소외 등은 지역감정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계층간의 격차는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장애가 될 정도로 벌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 활동도 권력의 횡포 속에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문화에 대한 순수한 욕구는 기회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것으로 내몰리고, 진보적인 문화 활동은 반체제 운동으로 낙인찍혀 규제되곤 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는 한 때 시민 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유지하고 균형 잡아줄 수 있는 문화의 통합적인 기능이 상실된 것처럼 보이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문학의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시기의 문학은 한국의 사회 변화와 그 갈등 양상을 곧바로 문학의 영역에 끌어들이고 있다. 소설의 경우,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의 확대라든지, 그 장르적 측면에서의 장편화 추세 등은 모두 리얼리즘에 대한 평단의 논의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으며,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사회적 모순에 대한 소설적 인식이 가능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시의 경우에도 관념적인 세계로부터 탈피를 꾀하면서, 일상적인 경험적 현실에 접근하여 체험적 진실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졌다는 것은 소설의 특징과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시기의 문학은 그 정신적 지향이 지니는 의미와 성과에도 불구, 문학적 세련성을 골고루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른바 유신 세대를 표방했던 통치 권력의 횡포와 그 뒤에 이어진 불안정한 사회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문학은 자유에 대한 신념을 과격하게 내세워야 했으며, 사회적인 측면에서 산업화 과정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층적 갈등과 대립을 화해의 장면보다 더욱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시기의 문학은 산업화 시대로 지목되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대응하여 극적인 긴장관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문학의 정신적 지향이 문학사적인 의미의 한 단계를 구획 짓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구현하고 있다.
첫째, 문학 활동의 사회적 확대는 이 시대의 문학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이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문학인들의 등장과 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방 이후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 성장한 ‘한글 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 문학 세대의 등장은 문학적 감성의 깊이만이 아니라 문학적 의식의 높이에 있어서도 기존 문단 세력을 압도하게 된다. 이들의 의식은 분단 시대를 살아온 자기 체험의 영역을 보편화하는 노력으로 가열된다. 문학 작품의 생산 못지않게 그 수요의 영역에서도 물량적인 확대가 이루어진다. 소설의 대중적인 독자가 증가되면서 통속물이 아닌 본격문학 작품이 많은 독자층을 끌어 모으고, 시집의 간행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둘째, 이 시대의 문학은 정치 사회의 완강한 권력 구조에 대응하여 인간 정신의 개방성을 추구하는 데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의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민족 사회 내부의 모순을 외면해 온 정치권력의 횡포에 대한 문학의 비판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촉발되고 있다. 문학의 사회적 관심과 그 접근 방법에 있어서는 민족문학론의 비평적 정론성도 크게 작용한다. 그 결과, 이 시기의 진보적인 이념을 대변했던 대부분의 문학 작품은 가난한 농민, 소외된 노동자들의 삶을 주로 다루게 됨으로써, 소재가 고정되고 주제가 이념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셋째, 문학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성은 문학적 자기 인식과 그 사회적 확대의 과정을 통해 분단의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민족문학의 정립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 시기의 문학적 주제로 가장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이다. 여기서 식민지 지배의 질곡과 분단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현대사 체험이 민족문학의 역사적 조건으로 중시된다. 특히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민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문학을 통해 요구됨으로써, 분단에 의해 훼손된 민족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역사 체험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반성적인 정리의 노력이 분단 극복의 정신을 구현하는 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학사 자체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근대문학의 형성 과정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제기되면서 문학사의 정리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민족문학의 주체적인 자기 정립을 위한 노력으로 집결됨으로써, 이 시대의 문학이 문학사의 중요한 단계로 기록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2 민족문학의 논리와 실천
(1) 민족문학의 재인식
이 시기의 민족문학론이 민족의 현실과 역사적 조건에 대한 문학적 자기 인식과 그 확대를 통해 논의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 이전 시대에 이루어진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와 비교해 볼 때 근본적인 세 가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① 민족문학론의 전개 과정으로 볼 때, 문학에 대한 민족적인 자기 논리를 정립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논의되기 시작한 민족문학론은 민족문학의 자기 정립을 위해, 민족문학론의 성격 자체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시기의 민족문학론은 민족의 주체적인 생존을 중시하고 그 역사의식의 문학적 형상성을 문제 삼음으로써 민족 전체의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추구하는 일종의 가치론적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가치론의 차원으로 그 논의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민족문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라는 문제보다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당위적인 과제에 더 집착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② 1970년대 이후의 민족문학론은 비평적인 논리의 전개 과정이 구체적인 문학적 성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소설의 경우, 민족문학론의 쟁점과 그 새로운 지향을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하면서 유례없는 독자층의 확대에 힘입어 그 활력을 지속시켰고, 시의 경우, 경험적 진실성에 대한 추구 작업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리얼리즘의 방법에 대한 논의의 성과에 값하는 소설의 양적 확대는 작가들의 관심의 확대로 이어지면서 농촌 현실의 비판적인 인식, 도시 노동 계층의 소외된 삶에 대한 관심, 분단 상황에 대한 문학적 재해석 등으로 심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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