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공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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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현대사회와 공간읽기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공간들은 모두 인위적인 것이다. 현대인이 살고 있는 도시가 이에 대표되는 공간일 것이다. 도시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목적과 의도 아래 조직되고 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간들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며 적응해 간다. 스스로도 모르게 누군가가 정한 길로 다니고 누군가가 허락해 준 범위 안의 공간에서 만족하며, 자신의 행동을 강압적인 통제아래에 둔다. 현대인의 삶의 영향을 주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심층적인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에 잠재적ㆍ심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사한 것은 공간과 권력과의 관계와 ‘-방’문화에 대한 고찰이다.
공간=권력
공간은 다른 일상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기존의 가치체계나 권위를 공고히 하는 기능을 한다. 우선 공간은 가공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현대인들은 계급, 성, 신분, 세대에 따라 상이한 공간을 영위한다. 그 예로 우리 사회에서는 강남에 사는지 강북에 사는지, 고층에 사는지 반지하에 사는지, 60평 이상에 사는지 20평 이하에 사는지가 어느 한사람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이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을 스스로 판정하여 감히 출입할 수 없는 곳이 정해진다.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공간은 이렇게 간접적으로 권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집적으로도 드러낸다.
옆 사진은 구 조선 총독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전체주의국가 이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거대한 볼륨, 단일한 중심축의 설정, 외관의 대칭성과 공간의 통일성 등을 통해 거대 정부의 막강한 힘과 전체를 위한 소수의 봉사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경찰서나 법원의 위압적인 건물 구조는 그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강력한 권위와 위엄을 과시하는 것이다. 위에 조선 총독부도 그 구조를 통해 권력을 드러낸다.
인공적인 공간은 인간의 움직임을 통제하고자 한다. 우리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길이 우리를 선택한다. 수없이 많은 벽, 문, 길. 등이 우리의 자유로운 걸음을 방해한다. 우리는 그 공간을 계획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타율적으로 이동한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푯말과 마주치면, 우리는 말 잘 듣는 어린 아이처럼 돌아서 간다. 인공적인 공간의 대표적 장소는 백화점이다. 백화점의 내부는 마치 미로와 같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1층에는 화장실조차 없다. 2층에도 화장실은 웬만해서 찾기 어려운 구석에 있다. 출구나 화장실을 찾기 위해서는 산같이 쌓여있는 상품들 사이를 참을성 있게 헤집고 다녀야 한다. 또 실내에는 시계도, 창문도 없다. 백화점 실내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무시간의 공간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쇼핑을 했는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알 도리가 없다.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대형 할인 마트들은 한술 더 뜬다. 입구는 교묘한 경사 2°~3°의 내리막길로 설계된다. 카트를 끌고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왠지 힘이 든다. 게다가 라면이나 휴지 같은 생필품들은 항 상 가장 구석 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그곳까지 가야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물론 그 곳까지 가려면 수많은 상품더미들을 거쳐야한다. 위에 사진은 어느 백화점 1층도면이다. 얼마나 공간이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계획된 길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영위하느냐에 따라, 공간은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공간은 드러내놓고 차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련되고 미묘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종종 기술적인 ‘문화’로 표장된다. 한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의 하나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한옥에서 남자 어른이 주로 기거하는 공간은 사랑채이다, 사랑채는 대문과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서 집 안팎의 이동상황을 효과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반면 여성들은 주로 안채에 기거한다. 이런 구도는 얼핏 남성들이 여성들을 용이하게 보호하고, 여성들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는 목적으로 설계된 듯 보인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이와 같은 한옥의 구조는 여성의 출입을 남성들이 철저하게 통제, 감시 할 수 있다는 데에 중점이 놓인다. 또한 안채에서도 여성들의 위계질서는 공간적으로 구현된다. 즉 안방의 시어머니는 장지문을 통해 얼마든지 부엌에서 벌어지는 며느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보면 한옥의 구조는 여성을 철저하게 가두는 가부장제의 이념을 고스란히 체현한다.
정부는 기업과 가구의 입지결정, 혁신의 흐름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과 중요한 영향력을 많이 부여받게 되는 곳이 생기며, 그 결과 권력의 공간적 분포는 다르게 된다. 이러한 권력의 공간적 분포는 도시체계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철저하게 정부 주도하에 강압적으로 형성된 도시이다. 정부의 존재는 무엇보다 권력적인 실체이기 때문에 해당 점입지에다 우월적 또는 위신의 실체라는 상징효과를 가져다준다.
◎한국 권력공간의 역사적 전개
○ 고려시대
지방호족의 관여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권의 신장과 분권적 전통이 얼마만큼은 조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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