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 3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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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기간의 민간인 학살과 진상규명운동
-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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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나는 2002년경에 비로소 4.3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는 ‘4.3’하면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막연한 정치적 ‘어떤 사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2003년, 카메라를 통해 처음으로 4.3사건 희생자 가족들이 긴 세월 동안 말할 수도, 제대로 삼킬 수도 없었던 고통이 섞인 깊은 슬픔을 보았다. 4.3만 되면 4.3관련 모든 행사에 나타나는 독일인 기자(?)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지만 막상 클로즈업되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빈틈없이 들어찬 희생자 명단에서 자신의 가족 이름을 발견하고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너무나 처절한 광경이었다. 4.3은 ‘끔찍한 역사적 사건’으로 그냥 넘길 수 없는 국가 폭력에 의한 양민학살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제주도 4.3은 1948년 남한에 정부가 수립되면서 군대와 경찰력의 반공주의에 입각한 초토화 작전으로 양민이 대량으로 학살당한 사건을 이른다. 현재 60주년이 되었지만, 그러나 4.3에 대한 담론정치는 한국 정치의 헤게모니에 의해 지배되어왔다. 그동안 제주도의회와 4.3특위 활동이 전개되어 왔지만 4.3의 역사적 진실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으며, 아직도 한반도를 흐르는 냉전 기류의 헤게모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현실을 반영하듯 여전히 4.3은 역사적 의미에 대한 중앙과 지방, 국가와 주민, 그리고 주민과 주민 사이의 서로 상반된 입장관계로 인해 4.3위령제의 의미 또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4,3의 배경에는 일제식민지로부터 한국이 해방되었으나 하나의 민족 국가로 통일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사실 외에 국가와 제주도, 주민과 주민의 입장이 하나로 통합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났지만 희생자 가족 간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이념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념갈등의 저변에는 4.3을 공산주의 반란 혹은 폭동으로 보는 입장이 있고, 미군정(미국)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을 추구한 민중항쟁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다.
공산폭동론은 4.3 희생자 가운데 군경 유가족과 이른바 폭도들에게 죽음을 당한 우익인사의 가족을 중심으로 1988년 10월 조직된 ‘4.3사건 민간인희생자 반공유족회(이하;반공유족회)’가 주장하는 것이다. 이 반공유족회는 1990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학살의 피해자들도 포함한 ‘4.3 민간인희생자 유족회’로 명칭을 바꾸고, 1991년에는 공식적으로 제주도 단체로 등록한다.
반면 4.3을 민중항쟁으로 정의하는 입장은 1989년 4.3의 ‘40주기 추모제’를 시행한 4.3연구소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월제 공준위’가 대표하고 있다. 이 입장은 4.3을 일제에 이어 미군정으로 이어지는 당시 식민지적 상황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던 독립운동으로, 5.10선거로 인한 민족분단을 거부하는 민족통일운동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제민일보 4.3취재반과 제주도의회의 4.3특위는 폭도 혹은 민중이란 용어 대신 ‘무장대’라는 용어를, 폭동진압을 위한 군대와 경찰세력을 ‘토벌대’라고 통일하였다. 이는 4.3의 원인규명에 초점으로 맞춘 ‘이념적 갈등’보다는, 양측의 무력충돌에 의해 빚어진 ‘대량학살’이라는 희생자 입장에서 4.3을 조명하고 있다.
4.3의 ‘역사적 진실’은 공산폭동이나 민중항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반공이데올로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4.3의 진실은 희생자에 앞서 국가에 의해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폭력의 진상을 인정할 때에 4.3위령제는 4.3 희생자의 무고한 죽음을 추모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애도의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공포된 4.3특별법은 이에 근접한 국가적 차원의 공식 표명이었다.
김성례는 “4.3을 진정으로 애도해야 하는 실체 피해자에게는 과거의 기억을 치유하기보다 오히려 기억을 억압함으로써 국가폭력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야기한다. 국가기관의 주도하에서 만들어진 4.3의 공식적 진실은 정치적 집단기억으로서 직접 피해자인 제주도 주민의 문화적 개별기억을 역사의 현장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것은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기억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4.3위령제에서 언급되는 ‘용서와 화합’의 담론 또한 가해자인 국가가 4.3 희생자 가족에게 또 다른 책임을 강요하는 은근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용서와 화합의 주체가 누구란 말인가.
이제 진정한 ‘애도의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언어로 명쾌하게 표현되지 않는 4.3의 고통과 수난은 ‘용서와 화합’과 같은 하나의 언어로 통일시킬 수 없다. 산 자의 고통은 죽은 자의 고통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죄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반공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 되고 있지 아니한가. 체제이데올로기, 즉 분단의 희생물 되지 말아야하는 과제를 현재와 미래 모두 남기고 있는 셈이다. 제주 말에 ‘이 대동’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대동’ 정신은 문제의 본질을 희석 시키거나 강한 힘에 경도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소수일지언정 진실에 다가서고 진실을 옹호하는 적극적인 실천정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남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 먼저 내세우고 자신의 입장에서 타자를 보는 시각에서는 타자는 늘 하나의 대상으로 머물고 만다. 타자의 입장에서 나를 보고, 그를 통해 나를 보는 타자의 철학이 선행돼야 진정한 평화, 바람직한 공동체라는 말을 쓸 수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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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종민, 「43이후 50년」, 역사문제연구소 외편, 『제주 43연구』, 역사비평사, 1988,
김성례, 「근대성과 폭력: 제주 43의 담론정치」, 윗글
장윤식, 「제주 43사건 초기 ‘무장대’의 조직과 활동」,『43과 역사 제5호, 제주 43 연구 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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