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대한 반대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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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한 반대의견
사형은 범죄자 혹은 범죄자라고 주장되는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형벌로, 생명형, 또는 극형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살인이나 일정 정도 이상의 상해를 가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를 폐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으며, 사형 폐지론이 불거진 계기는 인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민주화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현재까지 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국제인권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10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실질적으로 사형이 비공식적으로 폐지된 국가이다.
나는 개인의 선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라는 집단이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을 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는 모든 인간의 선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일컬어지는 인혁당 사건과 전직 대통령들의 사형 사면을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사형확정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사형을 집행하고 또 어떤 이는 사형을 선고 받았어도 유유히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한 집단에서의 사형제도는 많은 모순을 지니고 더 나아가 국가공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겠다.
첫째, 인간생명의 존엄성이다. 사형제도는 인권과 인간 생명 자체에 당연히 부여되어야 하는 초월적 존엄성을 부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며, 더욱이 사형이 인간이 만든 법으로 인간 생명을 앗아가는 제도라는 점을 인식하면 더욱 폐지되어야 할 제도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손에 의해 죽어간 죄 없는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논의의 범주와 층위를 혼돈하면 곤란할 것이다. 죄는 죄로서 다스려야 하고,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은 모든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처럼 역시 존엄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생명과 인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죄인들의 생명을 인간이 만든 법으로 빼앗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무슨 인권이 있고 이미 죽었는데 무슨 생명의 존엄성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 질문에, 개인의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아닌 “신도 동물도 아닌 인간 일반”의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 만든 법의 이름으로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답할 수 있다.
인간은 질병, 노쇠, 우연한 사고 등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이유들로 죽어간다. 때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죽음은 인간 조건의 하나로써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일년에 수 십만 명이 자동차 사고 등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반면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의로운 죽음도 있다. 또 죽음에는 전쟁, 기아, 범죄에 의한 순수하게 인간의 손으로 자행되는 죽음도 있다.
죽음에는 이렇게 수많은 종류와 다양한 의미가 있으며 결코 동일하지 않다. 누구나 전쟁과 범죄와 기아에 맞서 저항하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무찌르려고 한다. 왜일까? 전쟁과 굶주림과 범죄는 악이기 때문이다. 이 악은 개별 생명체에 대한 악이면서 인간 자체를 부인하는 행위이며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악이 인간을 도구로 보는 인간에 대한 전혀 잘못된 관념과 의식 그 자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한번 태어난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며 초월적 의미를 지닌다. 이때 초월적 의미란 생명 그 자체의 속성이자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며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부여하는 의미 그 자체다. 사형 제도는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이 의미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부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 때부터 법은 질서 유지라는 제한된 영역을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생각하고 정의하는 종교적, 철학적 작업과 그 필요성을 위협하는 월권 행위를 자행하게 된다.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사회 역시 법만으로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 사형은 법으로 만든 인위적인 죽음이다. 법은 결코 인간의 생명 자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 직전까지가 법의 영역이다. 가령 법은 자유를 제한할 수는 있다. 도끼에서 단두대로, 공개처형에서 밀실 처형으로 그리고 이제 사형폐지론으로 법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수천 년의 인류 역사가 흐른 후에 형성된 이 흐름에 한국의 형법 역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의식도 인간에 대한 생각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사형 대신 종신형으로 족하며, 어떤 면에서 보면 종신형이 사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일지도 모른다.
둘째, 사형에 있어 오판가능성이 있다. 우선 오판사례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종교적 광기, 인종적 편견, 이데올로기적 편견 등 각종의 편견이 오판의 구조적인 배경을 제공하였다. 이같은 편견은 지금도 여러 사법적 결정에 오점을 드리우고 있다.
그 같은 구조적 편견에 오염되지 않는 자라 할지라도 오판의 위험성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형사사건에서 쓰이는 증거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증거로 널리 쓰이는 것은 피고인의 자백, 목격적 증언, 그리고 살인 사건들에서 널리 보여지는 과학적 감정 등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에 의한 강압수사의 산물인 경우, 심리적 곤경의 산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자백의 증거능력이 배제된다고 하지만, 고문이나 강압을 받았음을 입증하여야 하므로, 그 입증에 실패한 경우 그 자백은 증거로 쓰일 수 있게 된다. 고문이나 강압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회유에 의한 자백, 진범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자백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목격자 증언의 경우 그 목격사실의 확실성이 종종 의심되어지기도 하며, 가장 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사실도 매우 주관적인 해석 작용을 통해 왜곡되어질 수 있다. 인간의 목격행위는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행지식과 편견을 통해 굴절되어지며, 그 목격을 기억화하는 과정에서도 일종의 의식무의식상의 왜곡이 생겨날 수 있다.
과학적 감정의 질은 종종 의심받는다. 검시과학의 발전수준에 따라 지금 유죄의 증거로 보이는 것도 조금만 지나면 그것을 증거로 삼기 곤란한 경우도 생겨날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생겨난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전문가마다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것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검시자가 수사의 초동단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여, 경찰로부터 들은 내용과 검시자료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더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풍토하에서 실제로 자백과 목격자 증언, 감정을 받고 유죄로 선고된 자 주에서 나중에 진범이 밝혀져 무고함이 드러나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감정이 정확성을 둘러싸고 유죄/무죄/유죄 등이 번복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편견없이 대하고자 하는 사건의 경우에도 오판가능성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으며, 실제로 오판임이 드러나 사건도 적지 않음을 본다. 이럴 때 법률은 인간의 가치를 되돌이킬 수 없게 훼손하는 사형이란 제도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이다. 사형제도는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형의 비인간성을 들 수 있다. 사형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잔인한 행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사형이 범죄를 줄이고 정치적 권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증거는 보고 되지 않고 있다.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곳이라면 인종, 민족, 종교 및 소외집단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서 사형이 집행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형은 종종 정치적 억압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형은 여러 가지로 자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드물게는 무죄가 명화한 데도 사형이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사형제도의 채택을 고집하고 있는 특별한 상황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많은 나라에서는 사형은 살인자를 처벌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약물사범, 정치적 테러, 경제사범 혹은 간통죄와 같은 죄를 막기 이하여 사형제도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사형은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정치적 반대자를 차단하는 데도 이용되기도 한다.
얼마 전, 사형을 집행하러 끌려가는 죄수의 모습을 담은 TV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끌려가는 길에 간밤에 비가 왔는지 길 한가운데 빗물이 고여 있다. 그 사형수는 옷이 젖을까봐 빗물을 피해 길가로 둘러 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목숨이거늘. 그게 바로 인간인 것이다. 옷이 젖는 것조차 싫어하는 본성을 가진 인간인데 누가 함부로 중요한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생명은 그 어떤 것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광인 즉 일반인들과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사회에서 죽여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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