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경제학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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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경제학
본문
문명과 사회가 발전할수록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부분 적용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상 아래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도덕과 윤리의식을 부르짓는 것은 어쩌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도덕성을 강조하고 지업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합니다. 사회나 조직에서 어떤 행동에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줘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시도가 많지요?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나 실업 문제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인센티브 정책을 쓰고 있는데요, 그것이 원하던 정책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오늘 제가 읽은 책은 바로 <도덕 경제학> 이며 이 책의 부제는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입니다. 의미심장하죠. 사회의 문제를 경제적 인센티브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책의 대답입니다. 사람들의 존엄과 자유, 관용 같은 도덕적 원칙을 기르고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인센티브로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6개 어린이집에서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자녀를 데려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지각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런 제도가 시행되자 오히려 지각 부모가 두 배 늘어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벌금 제도가 없을 때는 늦어서 교사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윤리적 의무감이 작동했는데, 벌금을 물리자 이제는 돈을 내면 되는 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일종의 거래가 되고 의무감이 적어진 거죠. 또 하나의 예를 볼까요? 미국 보스턴 시 소방청장은 소방대원들의 병가가 월요일과 금요일에 몰려 있다는 걸 알고는, 무제한 유급 병가제도를 폐지해 버립니다. 대신 연간 유급 병가를 15일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그만큼 급여에서 삭감하도록 합니다. 그러자 소방관들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 예년보다 열 배가 넘는 병가 신청을 냈습니다. 연평균 병가일수는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모욕감을 느낀 소방대원들이 이렇게 대응한 겁니다. 통제하려 들자, 사명의식이 약화된 셈입니다. 이걸 인센티브의 역효과라고 합니다. 이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저자 새뮤얼 보울스는 사람들은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있으며, 타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존재인데, 경제적 인센티브가 이런 성향을 몰아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몰아냄 효과’죠. 그동안 경제학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인간’을 전제로 이론을 폈지만 그게 반드시 옳지는 않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메커니즘 때문에 그런 역 인센티브 현상이 나오는 걸까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센티브는 그 제공자가 상대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메시지 역할을 합니다. 특정 행동에 벌금과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나를 ‘벌금 없이는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을 사람’으로 간주한다는 ‘불쾌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경제적 인센티브는 도덕적 판단 없이 이기적으로만 의사결정을 해도 된다는 사인을 준다는 겁니다. 이를 ‘도덕적 거리 두기’ 라고 합니다. 경쟁이 있는 상황에서 금전적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여기는 시장이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라’는 강력한 암시를 받습니다. 셋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 상을 주기 시작하면 역설적으로 책 읽기 자체가 주는 재미는 잃어버립니다. 더 이상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맥락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뇌 과학자들은 뇌의 작동방식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자동 설정과 수동 설정 기능이 있는 듀얼 카메라와 비슷한데요, 수동 모드는 신중하게 숙고하는 인지적 과정이고, 자동 모드는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과정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인센티브는 우리가 비용-편익 계산을 하도록 하고 숙고하는 수동 모드를 작동시킵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공감을 줄입니다. 기부를 할 때, 가난한 소녀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 통계 수치를 제시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기부를 하는 게 인간입니다. 그만큼 공감 같은 정서적 반응이 인간을 움직이는데, 인센티브는 이를 감소시킨다는 겁니다. 근대의 많은 사상가들이 자본주의 시장이 확대되면 인간의 도덕성이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저자는 반대로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시장이 지배적인 사회일수록 도덕적 시민이 더 잘 관찰된다는 걸 증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역사적으로 시장의 확장은 족벌이나 일부 계층이 좌우하던 닫힌 사회를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지리적, 직업적 이동성과 자유주의적 법치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들이 시민적 덕성을 유지시키고, 사회적 질서에 기여하지요. 시장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게임에서 더 관대한 제안을 하고 불공정한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교환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평판과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걸 배워 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센티브의 균형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저자는 ‘도덕적이고 시민성을 갖춘 개인’이란 전제아래 시민들의 도덕적인 덕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제도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시민의 덕성과 연대를 복원하고, 약자와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더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죠. 이 책은 보상과 처벌 같은 인센티브만을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여기는 정책 입안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통해 인센티브가 인간의 이타적 본성과 자발적 동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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