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사회적 질서- 사회사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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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사회적 질서: 사회사적 이해
하나, 왜 이 주제인가?
한국 사회에서 醫療社會學 ‘Society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明治 일본의 지식인들이 ‘社會’라는 용어로 번역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아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다. 이 용어는 일본 언어권에서 차용된 한자어이다.
또는 保健社會學 이 용어는 미국식 사회학을 일본 언어권에 접목한 한자어이다.
은 오랫동안 歷史學과 ‘訣別’해왔다. 아니, ‘결별’이라니! 현재 ‘한국보건사회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원들에겐 이 단어가 매우 의아하게 들릴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은 이 학문을 접한 이후로 역사학과 ‘結合’된 광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있었다 하더라도, ‘결합’은 한 번도 그들에게 ‘살콤달콤’하게 다가온 적이 결코 없었다. 한국에서 이 학문의 요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이한 서울대학교의 보건대학원에서 생산된 학위논문을 보면, ‘결합’이 진지하게 이루어진 적이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별’의 地形圖에서 순응하면서 학문 활동을 해온 연구자들과 학문 후속세대들은 수년간 <보건과 사회과학>에 게재된 논문들이 이 학문의 기본적 모습이라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결별’의 세월 속에서 숙성된 이 논문들이 보여주는 문제의식은 ‘보건사회학’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 런지는 몰라도, ‘의료사회학’의 충분조건은 될 수 없는 이유와 상황에 대해 발표자는 말하려고 한다.
둘, 왜 지식 문화의 飜譯인가?
현재 프린스턴 대학 사회학과의 폴 스타(Paul Starr)는 1978년에 하버드대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The Social Transformation of American Medicine를 1982년에 같은 제목으로 출간하여 퓰리처 賞을 받았다. <미국 의료의 사회사>로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발표자가 폴 스타의 책을 번역한 지 10주년을 맞아, 년내에 개정판을 내기로 모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미국에서 출간된 의료와 보건에 관한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읽힌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보건사회학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이 책이 의학과 보건의료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인문학 및 사회과학 등 학문 분야에 관계없이 널리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힘과 권위는 어디에서 뿜어나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역사학과 사회학을 ‘결합’한, 저자의 역사사회학 또는 사회사적 지평에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런 知的 토양 위에 굳건히 서 있는 미국 지식 사회의 문화적 지형. 다시 말해서, ‘著者’의 학문적 작업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한 사회의 넉넉한 그릇.
이런 지성적 건축은 일본에서는 최초의 번역서인 <解體新書>(1774) 杉田玄白. <解體新書>. 全現代語譯. 酒井シヅ. 東京: 講談社.. 1998. 이 책은 최초로 번역된 의학 서적이기도 하다.
을 통해 처음으로 시도되었으며, 이후 明治 일본을 거치면서 번역은 일본 근대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었다. 丸山眞男, 加藤周一. <飜譯と日本の近代>(1998). <번역과 일본의 근대>. 임성모 옮김. 이산. 2000; Naoki Sakai. Translation and Subjectivity: On "Japan" and Cultural Nationalism. <번역과 주체: ‘일본’과 문화적 국민주의>. 후지이 다케시 옮김. 이산. 2005; 최경옥. <번역과 일본의 근대>. 살림. 2005. 특히, 일본인이 <번역과 주체>를 한국어로 옮긴 점에 주목할 것.
이에 반해,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借用한 한자어를 그대로 학문 용어로 수용하고 있는 한국의 학문 사회는 번역 행위를 지식 생산에서 下流 행위로 간주해왔다.
한국의 의료사회학 또는 보건사회학 분야에서 출간된 책들 중에서, 교과서류를 제외하고, 가장 널리 읽혀진 책을 지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이 분야 한국 학계의 자생적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취약함을 인정한다면, 외국의 선진적 지식 문화를 번역하려는 정직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 조차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도서관에서 이 분야의 한국어로 된 책들을 검색해보면, 우리들은 심각한 사태를 인정할 것이다. <건강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가 신학을 공부한 사람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자. Richard G. Wilkinson. Unhealthy Societies: The Affliction of Inequlaity (1996). <건강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 정연복 옮김. 당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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