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성과 현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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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6 /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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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 문제를 살펴봄에 있어 먼저 용어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할 듯 싶다.
얼핏보면 비슷해 보이는 이 두 가지 용어 재현성(再現性)과 현존성(現存性)은 각각 사실주의(여기에서는 그냥 사실주의라 하자)와 극장주의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 재현성(再現性)
다시 현실을 표현한다. Representation을 말하는 재현성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화시킨, 즉 아리스토 텔레스가 시학(詩學)에서 말한 모방의 이론을 충실히 따른 개념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소재는 일상생활에서 취하지만(상징주의는 상상의 세계에서 취함) 그것이 곧 현실은 아니다. 현실의 세계를 모방하여 현실인 것처럼 보여지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현성은 현실의 환각(Illusion of reality)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에서 일어나는 행동들이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환각적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위해서 연출자나 배우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관객은 몰입을 함으로써 내적 동질감을 조성하여 극중인물과 일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 현존성(現存性)
현실에 존재한다. There is..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인다. 극장주의자들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주된 이유는 꾸며낸 것(Show)을 보러 오는 것이지 진짜(Real)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억지로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처럼 만들어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연출자나 배우는 관객이 현실의 환각에 빠져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행동들이 현실이 아님을 직시하고 제3자의, 혹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연극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된 두 가지의 개념 중에서 어떠한 것이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더욱 효과적일까?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메시지 전달력에 있어서의 효율성의 차원을 단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므로 여타의 연극의 원론적인 접근은 배제하도록 하겠다.
재현성과 현존성의 가장 근본적인 입장차이는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1인칭이냐 3인칭이냐의 문제인 듯 싶다.
화자(話者)-배우 또는 연극-가 말하는 입장이 주관적이고 1인칭에 가깝다면 관객은 그것을 재현적인 현실로서 받아들이기 편할 것이고, 객관적이고 3인칭에 가깝다면 관객은 조금 거리를 두고 분석적으로 연극을 받아들이기 편할 것이다.
우리가 연극을 관람하는데 있어서 감동적이거나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주로 재현성에 기반을 두고 ‘나’의 입장에서 감정적인 동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라 할 수 있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현존성에 기반을 두고 ‘관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연극을 바라봤다고 할 수 있다.
재현성을 기반으로 하는 연극은 몰입과 비몰입이 교차되는 순간의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고 난 후에 또는 웃기는 영화 한편을 감상하고 난 후에 ‘감동적이다, 재미있었다’라는 기억 외에 무엇을 봤는지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편의 극이 진행되면서 순간 순간의 몰입으로 하여금 감동적이라든지 재미있었다든지의 감각적 인상들만이 머리 속을 지배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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