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국가경영 영어와 한글 과세 종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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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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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漢字)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字)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다. ㄱ은 아음(牙音)이니 군(君)자의 첫 발성(發聲)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규()자의 첫 발성(發聲)과 같고, ㅌ은 설음(舌音)이니 탄(呑)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ㄴ은 설음(舌音)이니 나(那)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ㅋ은 아음(牙音)이니 쾌(快)자의 첫 발성과 같고, ㆁ은 아음(牙音)이니 업(業)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ㄷ은 설음(舌音)이니 두(斗)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담(覃)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ㅂ은 순음(脣音)이니 별()자의 첫 발성과 같는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보(步)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ㅍ은 순음(脣音)이니 표(漂)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ㅁ은 순음(脣音)이니 미(彌)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ㅈ은 치음(齒音)이니 즉(卽)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자(慈)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ㅊ은 치음(齒音)이니 침(侵)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ㅅ은 치음(齒音)이니 술(戌)자의 첫 발성과 같는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사(邪)자의 첫 발성과 같고, ㆆ은 후음(喉音)이니 읍()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ㅎ은 후음(喉音)이니 허(虛)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홍(洪)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ㅇ은 후음(喉音)이니 욕(欲)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ㄹ은 반설음(半舌音)이니 려(閭)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ㅿ는 반치음(半齒音)이니 양(穰)자의 첫 발성과 같고, ·은 탄(呑)자의 중성(中聲)과 같고, ㅡ는 즉(卽)자의 중성과 같고, ㅣ는 침(侵)자의 중성과 같고, ㅗ는 홍(洪)자의 중성과 같고, ㅏ는 담(覃)자의 중성과 같고, ㅜ는 군(君)자의 중성과 같고, ㅓ는 업(業)자의 중성과 같고, ㅛ는 욕(欲)자의 중성과 같고, ㅑ는 양(穰)자의 중성과 같고, ㅠ는 술(戌)자의 중성과 같고, ㅕ는 별()자의 중성과 같으며, 종성(終聲)은 다시 초성(初聲)으로 사용하며, ㅇ을 순음(脣音) 밑에 연달아 쓰면 순경음(脣輕音)이 되고, 초성(初聲)을 함해 사용하려면 가로 나란히 붙여 쓰고, 종성(終聲)도 같다. ㅡ·ㅗ·ㅜ·ㅛ·ㅠ는 초성의 밑에 붙여 쓰고, ㅣ·ㅓ·ㅏ·ㅑ·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하여 음을 이루게 되니, 왼쪽에 1점을 가하면 거성(去聲)이 되고, 2점을 가하면 상성(上聲)이 되고, 점이 없으면 평성(平聲)이 되고, 입성(入聲)은 점을 가하는 것은 같은데 촉급(促急)하게 된다.”
- 중 략 -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해석을 상세히 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이해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臣)이 집현전 응교(集賢殿應敎) 최항(崔恒), 부교리(副校理) 박팽년(朴彭年)과 신숙주(申叔舟), 수찬(修撰) 성삼문(成三問), 돈녕부 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행 집현전 부수찬(行集賢殿副修撰) 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凡例)를 지어 그 경개(梗槪)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연원(淵源)의 정밀한 뜻의 오묘(奧妙)한 것은 신(臣)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없는 바이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에서 낳으신 성인(聖人)으로써 제도와 시설(施設)이 백대(百代)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正音)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인간 행위의 사심(私心)으로 된 것이 아니다. 대체로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가 오래 되지 않은 것이 아니나, 사람이 아직 알지 못하는 도리를 깨달아 이것을 실지로 시행하여 성공시키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에 기다리고 있을 것인져.”
하였다.
{조선왕조실록 - 세종 113권, 28년( 1446 병인 / 명 정통(正統) 11년) 9월 29일 갑오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 어제와 예조 판서 정인지의 서문}
어떻게 보면 현재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학문은 세종대왕께서 제일 미워하시는 학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종께서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거의 독단적으로 추진해서 수년만에 그 빛을 본 훈민정음, 그리고 그 소중한 유산을 잘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 민족은 세계화네 국제화네 해서 때아닌 영어 광풍에 휩쓸려 갓난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영어병(?)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도 그렇지만, 그 상황을 있게 한 학문인 영어를 미워하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영어를 전공하는 내가 이 과목을 듣게 된 이유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마땅히 국어를 사랑하고 국어를 평생 써가며 발전시켜야 할 의무를 지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또한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여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는 영문학도로써, 내가 취해야 할 입장이란 참 애매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외국과 교류를 하지 않는 건 정말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지는데, 우리 민족은 그 부분에 있어서 현명하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해진다. 일본의 경우 외국 문화가 들어오더라도 그것을 전혀 여과 없이 수용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문화가 들어왔을 경우 일본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순화과정을 거쳐 자기네 전통과 문화를 융합시켜 또 다른 새로운 ‘일본 문화’를 창조해낸다. 하지만 우리는 외국 문화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일부 사람들은 “오리지널”이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현지에서 보고 온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흉내 내려고까지 한다. 영어 광풍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불어 닥친 영어 광풍. 이에 밀려 우리의 말과 글은 아예 대접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영어 공용화론”에 밀려 퇴출당할 위기까지 왔다. 전국 곳곳에는 요즘 영어로만 수업한다는 “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으며, 정부 주도로 영어마을이 들어선 곳도 이미 여러 군데다. 영어마을은 정말 외국의 어느 마을을 그대로 들어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로 똑같다. 우리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백성들이 제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이 심히 안타까워 우리말과 글을 만드실 결심을 하셨다는 세종께선 이 같은 오늘날의 현상을 보며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하다.
영어 전공자인 내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현상은 환영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영문학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자리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 덕에 영문학 혹은 영어 관련 전공자의 진출 기회가 많아지고 있고, 더불어 전공자들의 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은 영어를 완전히 국어화하자는 소위 “영어 공용화론”까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말과 글의 위치를 600여 년간 굳건히 지켜왔던 한글의 자리를 위협한다. 이미 거리에 달린 간판의 거의 대부분은 영어로 씌어있다.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도 서양 의류인데다 영어가 씌어있지 않은 옷은 거의 없다. 얼마 전에는 한 지자체에서 새로 건설된 경제자유구역에 “영어를 공용어화하자”는 논리를 펴서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적당히 영어와 외국 문화가 들어와서 우리식대로 재해석한 진장한 우리 문화의 재탄생의 관점이라면 환영하고 바람직한 시각으로 보겠지만, 솔직히 현재의 상황은 심히 걱정스럽다. 새롭게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 자기 문화와 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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