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여성주의 자감 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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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지배문화의 폐해가 현대의 위기를 초해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야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생태여성주의가 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 남녀 차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사실 현대사회가 아닌 고대부터 자연스레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 부각되는 여성의 입장을 존중해야한다. 여성의 입장을 존중하는 생태여성 주의는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남성 지배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남성문화는 세상을 지배와 복종, 정복과 착취의 관계로 인식한다.
이러한 남성문화의 바탕에는 이분법적 인식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몸, 감정, 주관성, 사적인 생활과 자연이 한쪽에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마음, 이성, 객관성, 공적 생활과 문명이 있다. 앞의 것이 여성적이라면 뒤의 것은 남성적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여성과 자연에 대한 억압은 동시에 일어난다. 몸과 자연과 여성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위치하는 열등한 존재이므로 이성과 과학과 남성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차별적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 체계가 자리 잡고 있는 남성 문화에 의해 정의된 여성은 열등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남성은 여성을 경쟁에서 쉽게 포기하고 탈락하며, 소극적이고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고 변덕이 심해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로 규정해 왔다.
그렇다면, 남성의 권력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여성문화의 진정한 모습은 어떠한가? 여성의 문화는 언제나 보살핌의 문화였다. 어린이, 노인, 병자, 자연과의 관계에서 여성은 언제나 상대방이 처한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섬세한 보살핌의 윤리를 실천해 왔다. 이와 같이 여성들의 체험은 관계성에 기초하고 있다. 여성문화는 이분법적이기보다는 다원적 사고원리에 기반하고 있으며, 정복보다는 포용, 상하 수직적 관계보다는 좌우수평적인 연계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여성들은 수용적이고 포용적이며 남들과 공유하기를 좋아하며, 무엇보다 폭력을 거부한다. 결론적으로 여성적 사고방식과 행위 양식을 채택하는 것은 여성의 해방마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그리고 자연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여성과 남성의 세계 또한 다르다. 여성의 세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다른 생명체, 자연, 신성과의 관계성으로 이루어진다. 남성문화와 여성문화의 질적인 차이는, 남성문화의 핵심이 경쟁과 지배의 관계에 이는데 반해 여성문화의 핵심은 평화를 지향하는 공존의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여성적 관계 맺음의 방식은, 원칙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남성문화와 구별된다. 여성들은 남성과는 다른 적극성과 강인함을 지니고 있으며 타자를 배척하기 보다는 수용하는 특징을 지닌다. 여성의 문화는 경쟁보다 연대와 협력의 관계를 지향하며 목적의 달성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고, 일반적인 원칙과 더불어 구체적 상황의 요구에 민감하며,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이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현실을 넘어 선 초월적인 세계에 더 쉽게 노출되고 더 많은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다른 남성문화에서 여성의 문화가 해방할 수 있을까? 생태여성주의자들은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사고와 제도의 틀 안에서 평등을 추구하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다름’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동안 억압되었던 여성성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생태여성주의는 남성적 지배문화와 서열적 이분법을 비판하면서 그 동안 억압의 대상이었던 여성과 자연의 숨겨진 가치를 드러낸다. 생태여성주의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말하는 진보를 거부하고 그 동안 평가 절하되었던 여성의 기르고 양육하는 특성의 가치를 복원시킨다. 여신 숭배, 가이아, 몸, 자연적 주기, 모든 것의 상호관련성 등을 강조하면서 영성을 추구하낟. 이러한 여성적 가치가 살아날 때 여성의 해방과 동시에 자연의 해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여성주의는 생태 위기와 여성 억압의 상황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한다. 별개로 보이는 상황의 본질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밝게 알아보는 능력은 생태여성주의가 내포한 영성과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볼 때 자연 착취와 여성 착취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문화는 곧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이다. 그러므로 여성해방운동은 인간해방운동이면서 동시에 자연해방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생태여성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스스로 해방시킴과 동시에 자연 해방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로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공동의 억압과 차별 체험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계급과 계층을 불문하고 매일매일 어느 현장에서나 억압의 체험을 공유한다. 억압의 체험은 여성으로 하여금 가부장제와 생태 파괴의 문제를 남성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한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들보다, 소수 민족이나 원주민 등의 처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연대한 사회적 약자들이 서열적 사회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주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로 여성의 월경, 임신, 출산, 수유 등의 생명 체험은 여성 스스로의 삶을 자연의 과정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여성 스스로를 자연과 더욱 쉽게 동일시하도록 만든다. 이와 같은 여성과 자연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은 여성들에게 자연해방을 위한 특별한 통찰력과 추진력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자신이 여성문화가 내포하는 훌륭한 가치와 잠재적 힘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여성됨과 여성문화의 가치를 인식하게 될 때 여성들은 비로소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이끌어 가는 행위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배와 정복의 사회적 관계는 보살핌과 나눔의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운동과 생태운동의 흐름을 모두 끌어안아 자연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관계와 이를 지지하는 가치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시켜야 할 엄청난 임무를 지니고 있다. 21세기 여성해방과 자연해방을 위해 생태여성주의는 단순한 관점이 아닌 총체적 해방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실천적 사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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