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시기의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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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 시기의 문예
이름에 들어 있는 ‘문화’라는 말 때문에 문학이나 예술, 학문 등과 관련된 개혁운동 정도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문화대혁명(약칭 문혁)은 중국 전체를 폭력과 숙청, 계급투쟁의 격랑으로 몰아넣었던 대규모 정치운동이었다. 약 10년 동안 지속되었던 이 운동의 과정에서 50만 명에서 150만 명에 이른 사람들이 폭력으로 말미암아 죽음을 당했고, 수십만 명의 학자와 문학예술가들이 공개재판을 받고 구타를 당하고 강제노동에 처해졌으며, 공산당과 정부에서도 약 300만 명이 숙청을 당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급진적 사회주의화 정책인 대약진의 실패로 이미 약 2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중국사회는 거의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중국에서는 이것을 모택동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생긴 우연적인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10년 동안이나 열광했던 역사적 흐름을 단 몇 사람의 잘못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못 된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문혁의 실체, 그리고 그 발단에 대한 이해는 문학과 정치의 긴밀한 결합으로 특징지어지는 중국현대문학이 보여 줄 수 있는 가능성의 최대치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문화대혁명의 발생 배경과 경과
1966~1976년까지 약 10년 동안이나 지속된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하 문혁文革)은, 중국인에게는 재앙 또는 재난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현재 중국의 발전이 뒤쳐진 이유를 문혁 때문이라고 믿고 있으며, 중국사회가 안게 된 여러 가지 정신적·도덕적 문제들도 문혁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혁은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의 관념 속에, 중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흔히 문혁은, 모택동이라는 한 지도자의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거나 혹은 사인방(四人幇)이라는 불순한 극좌세력의 음로로 발생된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문혁의 발생에는 상당히 복잡한 국내외적 배경과 원인이 누적되어 있다. 우선 거론할 수 있는 문혁의 발생 배경은 건국 이후 중국이 처한 국제적 고립상태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원조가 끊어지자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1960년대에 들어서 인도와의 국경분쟁이 심해지고, 게다가 월남전이 격화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까지 느끼게 되자 중국 내에는 위기의식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문혁은 이러한 위기의식과 긴장으로 말미암아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대중의 심리상태가 바탕이 되어 발생된 사건이다.
또한 국내적인 배경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시행된 차별적인 계급정책으로 대중들 사이에 누적된 갈등을 들 수 있다. 국민당을 몰아내고 전국을 장악한 공산당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일종의 계급정책을 도입했다. 즉, 국민들의 출신성분에 따라 분류해서, 출신성분이 좋은 노동자나, 농민, 군인, 혁명가 등 이른바 ‘홍오류(紅五類)’의 가족 출신에게는 신분 면에서 특혜를 주고, 출신성분이 나쁜 지주, 부농, 불순분자, 우파 등 이른바 ‘흑오류(黑五類)’의 가족 출신은 불이익을 당하고 정치투쟁이 벌어질 때마다 공격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그리하여 출신성분 면에서 홍오류에 속하지 못하는 대중들 사이에는 상당한 불만이 누적되었고, 이것은 곧 사회체제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으로 존재했다. 문혁은 이러한 대중들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당시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취하던 유소기(劉少奇)와 등소평(鄧小平)등의 세력에 권력의 핵심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나 있던 모택동은 다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이러한 국내외적 배경과 대중의 갈등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수립된 이후 계급투쟁은 종결 되었다고 했던 이전의 말을 뒤집고, 사회주의 중국에도 여전히 계급투쟁이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즉, 경제상의 착취계급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계급투쟁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혁을 일으킨 그의 현실인식이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대중을 직접 선동하여, 사회주의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다.
비록 이름에 ‘문화’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문혁의 성격은 위에서 보듯이 지극히 정치적이었다. 하지만 그 발단은 의외로 문학 영역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공산당 내에서 세력을 잃었던 모택동과 급진파들이 차선으로 택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문학과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문혁은 전 사회적으로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특히 문학예술 분야를 포함한 지식인 사회가 입은 피해는 심각하였다. 홍위병들이 주도한 자아비판과 인민재판, 그리고 가혹한 숙청과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학계와 문학예술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대부분의 인물은 구금되거나 강제노역에 처해진 상태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야 했고, 피살당하거나 자살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모든 학교가 문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았고, 학술단체나 문학예술단체들은 강제로 해산되었다.
문혁은 문학창작은 물론 문화활동 전반을 극도로 위축시켰다. 모택동사상은 문예활동에서도 최고의 원칙으로 강조되었고, 연안문예강화와 <기요>에서 천명된 내용들이 배타적인 문예규범과 강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강령들로 말미암아 작품의 창작은 더 이상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적 역량이 발휘되는 행위가 아니라, 집단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노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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