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영화감상문 ★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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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영화감상문
영화 속 미하엘 콜하스라는 한 인간의 행위를 바라보며 자연스레 그 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했다. 그는 어떤 인간인가? 그리고 그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혹자는 ‘말(馬) 2마리를 원래 상태로 돌려받는 것’은 목숨 값에 비해 다소 시시한 요구이며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리석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 실리적으로 미하엘은 어리석다. 말(馬)을 온전히 돌려받지만 아내를 잃고 미하엘 역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진정 추구하는 게 ‘재산을 온전히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 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의 선택은 실리적으로 어리석지만 지극히 온당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감상하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깟 말(馬) 포기하면 그만이지, 그것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고?” 하지만 영화 속 배경은 ‘그깟 말(馬)’ 조차 지키기 어려운 중세 봉건시대이다. 미하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하고 넘어가는 문제에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스스로 정직하고 소신 있는 역사적 행동을 몸소 실천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위대한 선택의 말로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살해당하고 그의 어린 딸은 2마리 말(馬)과 함께 홀로 남겨지며 나는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과 권력에 역행하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한심한 속담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해 이러한 절망 뒤에 미하엘이 그 시대에 가져온 유산을 생각한다면, 그가 마냥 ‘하찮은 죽음’을 당한 게 아니라고 위안 삼을 수 있다. 미하엘이라는 한 인간의 행위가 중세의 어둠 속 터널을 지나 길이 남을 신분제 사회라는 그림자를 걷어 내는 시초가 된 것이다. 대중이 권력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미하엘은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과 의무 대신 바보 같지만 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그리고 우리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모든 익숙하고 관습적인 것에 질문을 던진 자들이 인류를 진보시켰음을 잘 알고 있다. 미하엘이 중세라는 감옥과 권력에 던지는 사보타주가 시대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 리즈 베스와 마틴 루터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미술, 사운드 스타일, 연기 등 영화의 모든 요소가 서사에 맞물리는 형식을 띠고 있다. 다만 영화 속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점이 미하엘의 딸 리즈 베스라는 캐릭터였다. 왜 감독은 리즈 베스란 캐릭터를 이렇게 그린 걸까? 영화의 초반부에서 미하엘이 아내와 정사를 벌일 때 어린 리스 베스가 잠에서 깨어나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면 자는 척하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묻는다. 그 모습이 내겐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지닌 소녀로 보였다. 그리고 그 후, 미하엘의 아내가 죽은 후, 리즈 베스가 마치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는 연인의 모습으로 느껴졌다면 무리한 비약일까? 봉준호의 <마더>에서 도준과 혜자가 한 데 엉켜 자는 훈훈한 모자의 모습 이면에 근친상간적인 코드를 은밀히 내포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공주가 미하엘에게 찾아오기 전, 그가 정원의 욕탕 안에서 목욕하는 장면에서 리즈 베스가 미하엘에게 속옷과 수건을 갖다 주는 장면은 엄마의 자리를 완전히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엄마의 죽음 후에 아버지의 일상을 챙기는 딸은 많지만, 그 모습을 굳이 연출로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의 이중인격을 가진 수미가 아빠의 속옷을 챙겨주는 장면에서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화 속에서 은은히 드러나는 성적인 코드가 미하엘이 완전한 신화적 위치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완전무결한 영웅보단 나약함을 지닌 위대한 인간에게 더 공감하는 법이니까. 물론 미하엘과 리즈 베스는 당연히 연인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감독들은 종종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욕망의 코드를 영화 전반에 알 수 없게 배치하면서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입체화 하곤 한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캐릭터는 마틴 루터이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에서 선악의 구조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남작이라는 특정 대상을 악인으로 그리지만 그는 다만 당시 만연하던 권력자의 군상일 뿐이며 그리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미하엘의 결정에 가장 큰 방해 요소는 신부 마틴 루터이다. 마틴 루터는 종교개혁이라는 사상의 혁명을 주장하지만, 이중적으로 민중의 봉기를 막으려 했던 역사적 인물이다. 때문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섭리는 때로 절대적 악(惡)보다도 미하엘의 정당성을 흔든다. 루터는 왜 미하엘에겐 적을 ‘용서’하라고 권유하면서 남작에게는 똑같이 말하지 않는 것인가? 사실 미하엘은 남작을 용서하고 말 것도 없이 자신의 말(馬)을 처음과 같이 돌려받길 원했을 뿐이다. 이렇듯 위대한 이 신학자는 개혁을 꿈꾸면서도 어쩔 수 없이 중세의 그늘에 묻혀 있는 한계를 지닌다. 루터로 인해 미하엘이 ‘정의’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이겨낼 수 있었던 모든 권력에 반한 행위들의 정당성은 사라지고, 굳건한 자신의 의지마저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속죄하라는 성스러운 신학자의 말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오직 처음과 똑같은 상태의 말(馬)을 돌려받고 싶을 뿐이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던 미하엘은 영화의 엔딩에 와서야 여러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사형 직전, 그가 짓는 인간적인 얼굴 근육의 찡그림과 눈빛은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을 돌아 가장 본질적인 물음에 이른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과 동시에 당신의 선택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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