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편의점 사회학을 읽고 - 사회적 문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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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회학’을 읽고
옛날 동네 구멍가게의 경우 가게마다 파는 것이 조금씩 달랐고 파는 방식이나 손님맞이에도 구별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러한 전통적 구멍가게가 우리 주변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다. 또한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우리는 전통적 구멍가게 보다는 편의점이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편의점은 그 수가 나날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역할이나 문화적 기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편의점의 사회적 역할에는 건강 혹은 안전일 지키는 역할을 들 수 있다. 편의점에 비치되어 있는 무료혈압측정기로 인한 무료서비스라든가 신체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배달서비스, 그리고 24시간 영업의 이점을 이용한 방범 또는 안전지킴이 활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현대인들의 다양한 소비 패턴의 변화나 간편식을 찾는 식습관의 변화 등이 문화적 기능에 포함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만큼 편의점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편의점을 통해 우리 시대의 삶과 사회를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편의점의 개념과 역사개관을 시작으로 편의점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사회 양극화와의 공존’이라는 장에 흥미가 갔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대부분 ‘을’로 살아가야만 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더욱이 와 닿았던 것은 본사와 가맹점주의 ‘갑을관계’가 아닌 ‘을 중의 을’인 파트타이머, 통칭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처우였다.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실질적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법정 최저 시급을 다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최저시급은 최고시급에 가깝다. 주휴 수당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이러한 열악한 임금 수준 외에 제대로 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는 유교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아랫사람으로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편의점 파트타이머 대부분을 차지하는 막막한 청춘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대우를 할애할 때다. “젊음은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라는 한 방송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야말로 쉽게 쓰고 버리는 최하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국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특히나 문제를 사회구조 속에서 찾기보다는 개인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취업문제만 봐도 사회를 탓하기 보단 자책하며 남들보다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아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나 하나가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면 이것은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편의점을 통해 일상에 길들여지고 체제에 순응함으로써,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이를 변혁하고자 하는 집합적 노력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고, 우리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기에 당장에는 편의점이 너무나 가깝고 편리하여, 사회 전반의 구조적 현실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 편의점은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트렌디한 현장이 되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나 다양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의 사회문화적 현상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 편의점은 귀찮거나 급하게 무엇이 필요할 때 쉽게 떠올리게 되었으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니즈들이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점이 주는 접근성과 편리성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야기하는 만큼 앞으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의점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구조와 인식 등의 변화를 통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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