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만들기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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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만들기’를 읽고
먼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한 학기동안 기록관리학을 배우고 난 후 접한 것이 참으로 시기적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1학기생에게 ‘아카이브 만들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수업시간에 과제로 했던 조계종의 기록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사항들이 왜 필요한 것인지, 그 당위성을 알게 되어 기록관리학의 기본서 또는 지침서로 두고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책의 첫 부분에는 미국의 동부관구청, 미스웨스턴져니 주식회사, 노스코스트 대학교의 아카이브 설립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는데, 특히 국가기관이나 학교가 아닌, 일반 기업체에서의 아카이브 설립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공공기록물관리에 대한 법령이 엄연히 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타 공공기관은 고사하고 해당 기관인 정부기록보존소에서 조차도 그 법의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기업에까지 기록물관리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미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장에서 저자는 새로운 기록관리 프로그램의 세 가지 영역을 제시하였는데 제도의 마련, 기록관리 직원의 채용, 기록관리를 위한 장비의 설치가 바로 그것이다. 적절한 권위나 권력을 바탕으로 한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재정적인 지원을 얻게 된다. 또한 아카이브가 타 부서에 귀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단위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카이브를 지원할 재정적 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록관리 직원이다. 전문적 훈련을 받은 아키비스트를 채용하는 것은 기록관리의 성공적 수행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언급한 대로 아키비스트는 기록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행정과 관리 능력, 조사 기술, 조사 기술에 관한 지식, 참고 지침, 조사 경향에 대한 지식, 기록관리와 연관된 현재의 역사적 쟁점에 대한 감각, 기록관리 방법의 개발과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인지하고 습득하는 독창력과 통찰력 등을 가져야 하는 다재다능한 전문가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리자나 일반인들의 인식에 기록관리 업무 자체를 단순하게 판단하여, 비전문인력을 배치하는 착오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렇게 열거된 아키비스트의 자질을 보고, 내가 과연 후에 이렇게 많은 지식과 업무를 습득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지게 되었다.
4장에서 권위를 문서화하는 권위의 진술과 사명의 진술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으로 보였다. 또한 연례보고서 등을 통하여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검토하여 아카이브의 과거 업적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연례 보고서를 비롯하여 눈여겨보았던 부분은 기관지나 뉴스레터 등을 통해 아카이브의 홍보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관리자를 비롯한 전 직원들에게 기록관리에 대한 인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홍보를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한 홍보활동이 기록관리 업무를 좀 더 용이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기록물의 평가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키비스트로서의 역할 중 이 평가의 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책임성을 갖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평가는 바로 폐기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록물은 그 특성상 유일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가와 폐기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기록물관리 실태를 보면, 이러한 폐기 업무를 아키비스트가 아닌 일반 행정가나 관리자들이 독단적으로 어떠한 기준과 근거 없이 행해지는 경우를 볼 수 있고, 이것이 공공연하게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하였다.
평가와 더불어 기록물의 정리와 목록기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Aangement’를 우리말로 ‘정리’라고 번역하였는데, 정리라는 단어는 어감 상 비전문적인 느낌이 든다. 사실상, 그 의미는 ‘분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도서관에서의 분류체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공통점은 10진분류 체계를 갖고 그 체계 안에 획일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물의 분류는 출처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기록물의 특성상 도서 분류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부분에서는, 기록물철이나 시리즈 마다 그 분류체계를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기록물의 분류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만 강조되거나, 또는 통일성 없는 분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분류가 이루어질 때 기술의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봤던 부분은 바로 참조업무(reference service)이다. 이것을 문헌정보학에서는 ‘참고봉사’라고 일컫는다. 그 의미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사서는 여러 가지 참고도구를 이용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서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정정보주지(Selective Dissemination of Information)라는 업무와 관련되는데, 그것은 이용자 파일을 통하여 미리 그들 각각의 요구와 연구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도서관이나 자료실에서 행해지는 방법이지만, 저자는 참조업무는 아키비스트가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분야라고 명시한 것처럼 다른 업무분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비밀 기록물을 제외한 모든 기록물은 그것을 열람하기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기록관리도 궁극적인 대상이 기록물뿐만이 아닌, 이용자를 위한 봉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보존해야 할 기록물이 역사적인 가치나, 본래 생산된 가치와 다른 2차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랜 기간 동안 보존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미래의 누군가가 그 기록물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카이브의 이용과 열람에 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검색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기록관리 영역은 한 부분만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철저한 조사와 수집이 이루어지면 선별과 평가가 행해지고, 그 이후에 목록과 기술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검색을 용이하게 하여 이용과 열람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기록물관리법령상 이러한 이용과 열람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다고 알고 있다. 이 부분역시 앞으로 충분히 논의되고 고찰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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