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감상문 이 영화 왕의 남자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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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감상문 -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연극 이(爾)는 2000년에 연산군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후에 영화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로 다시 만들어져 1200만이 넘는 관객을 유치하는 대박영화로 거듭 났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놀음인 광대들의 언어유희를 통해 풍자와 해학을 살리는 수준 있는 작품이었다.
연극을 직접 관람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교수님의 과제가 주어졌을 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귀찮기도 하고 또 평소에 관심이 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예매부터 작품 선택까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우선 어떤 연극을 봐야하나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인기 작품들은 코미디 장르가 많아 보였고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보길 원했기 때문에 예매 순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연극을 예매하려고 하였다. 그러던 도중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감상평들을 읽어보았는데 내용은 어머니의 사랑과 소중함에 대한 것이었다. 그 때 난 바로 내가 봐야할 연극이 바로 이 연극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난 약 한달 전 쯤 어머니와 크게 다투고 그날 이후로 말 그대로 정말 한 마디도 나누고 있지 않았고, 여느 때와 달리 이상할 정도로 어머니와 나 둘 다 화해의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길어질 수 록 어머니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기도 힘들어 졌기 때문에 고민은 많아지고 또한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시기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연극을 알게 되었고 이 연극을 어머니와 함께 관람 한다면 어머니와 불편했던 관계가 많이 호전되고 자연스럽게 용서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그렇게 혼자 맘속으로 결정을 해놓고, 막상 어머니께 연극을 함께 말을 하려고 망설이다가 하루, 이틀... 일주일을 보내버리고 레포트의 제출 기일마저 놓쳐버리고 말았다. 사실 레포트 기일은 다가오고 늦으면 점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냥 혼자 관람하고 감상문을 작성할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또 이왕 연극을 관람하기로 한 이상 남들보다 뜻 깊고 의미있게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에 결국 나름 용기를 내어 연극을 보러가자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는 한달동안 쌓아두셨던 감정 때문에 잠깐 고민을 하시는 듯 보였지만 결국 못 이기는 척 나의 갑작스럽고 약간은 황당한 프로포즈를 들어 주셨다. 게다가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들과 연극을 보러간다는 생각에 매우 기뻐하셨다. 하지만 연극은 만석으로 예매가 끝나 있었고 다른 날들은 시간이 맞지 않아 미리 예매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내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 하며 허탈해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내 맘을 아셨는지 어머니께선 직접 연극을 찾아보시고 이 연극은 어떻겠냐며 추천해 주신 작품이 바로 영화 ‘왕의 남자’로 더욱 유명해진 연극 ‘이’였고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누나까지 함께 연극을 관람하기로 하게 되었다. 모자간의 극적인 화해를 목적으로 했던 나의 계획이 가족모두의 연극 관람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괜찮겠구나 싶었던 점은 어머니와 나의 관계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차가워져 버린 우리 가정의 분위기에 이 기회가 따뜻한 한줄기의 빛이 되어주지 않을까 했던 작은 기대감 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 그대로 대성공 이었다. 우선 연극 제목인 ‘이’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는 조선조 때 왕이 신하를 높혀 부르는 칭호로 극중에서는 왕이 자신이 아끼는 공길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왕의 남자의 줄거리와 거의 같은 데 차이점은 영화에선 공길과 장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고 연극에선 왕과 공길에게 맞추어 져 있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난폭하기로 유명한 왕 연산군 때, 연산의 가학적 성행위의 상대자 역할을 통해 왕을 사로잡은 궁중 광대 공길이 궁궐 내 광대집단 ‘희락원’의 우두머리가 되어 종4품의 지위에까지 오른다. 이에 공길의 친구이자 파트너인 장생은 공길이 권력에 눈이 멀어 놀이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것을 질타하며 공길을 떠난다, 한편, 연산의 관심과 사랑이 공길에게 쏠리자 연산의 연인 녹수는 연산의 애정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하여 경희루에서 잔치가 한창일 때 공길의 옷을 벗게 하여 모욕을 준다. 또한, 공길의 필체를 모필하여 연산과 녹수 자신을 비방하는 언문 비방서를 작성하여 유포하고, 이에 화가 난 연산은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되는데고 결국은 공길이 모함을 받게 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이 사실을 안 장생이 나타나 자기가 한짓이라고 하여 눈을 잃게 되는 참변을 맞게 되고 뒤 이어 공길도 죽는 슬픈 이야기 이다.
1부에서는 왕과 공길과 녹수의 삼각구도가 좀 더 두드러졌다면 2부에서는 왕과 공길과 장생의 삼각구도로 전개되고 녹수의 암투가 끼어 맞물리며 점점 4각 구도의 팽팽함으로 달리다가 장생과 공길의 춤 장면과 공길의 독무로 절정으로 치닫았다.
1부를 흥겨운 공연과 여러 가지 해학으로 웃음이 지배했다면 2부는 더 진지한 스토리와 그에 따른 배우들의 혼신적인 연기가 지배했다. 눈을 빼앗기던 장면에서 고통스런 절규와 함께 느릿느릿 흘러나오는 서글픈 창소리에 이어 다시 불이 켜진 무대 위에 눈을 가린 채 감옥에 갇힌 장생과 공길의 마지막 대화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장생의 춤은 가슴이 먹먹해지게 하는 장면이었고 한맺힌 춤사위였다. 마지막에 공길품에 안겨 죽어가며 허탈하게 웃어대는 장면은 정말 눈물이 맺힐 만큼 슬펐다. 공길 역에는 탤런트 정태우가 열연해 주었고 왕 역에는 영화배우 김뢰하가 그를 뒷받침 해주었다.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멋지고 좋았지만 앞서 말한 두 배우의 연기가 가장 실감나고 인상 깊었다. 또한 중간중간에 나와서 관객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마당패의 활약은 두 주연 배우 이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재미있었고 연극이 끝나고 나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극 관람 후 느낀 점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연극에는 직접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다른 매체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었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숨 쉬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무언가, 연극 초짜인 나에겐 말 그대로 너무나 신기한 그런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은 낮선 동성애 문제를 절묘하게 왕과 광대를 통해 연결한 부분은 우리사회의 금기를 건드려 보겠다는 원작자의 의도가 다분히 내포 되어있다. 새디즘과 마조히즘이 결합된 연산과 공길의 동성애 문제를 원작자인 김태웅 한예종교수는 어떤 의도에서 기획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오죽하면 “왕의 남자”가 2006년 칸영화제에 초청 되었을 때 중국의 한 네티즌은 한국이 드디어 “게이영화”를 국제영화제에 출품한다고 비꼬았을까……그러나 이 연극은 연극이 영화보다도 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나의 편견을 깨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우수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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