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의 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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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년까지. ‘어째서 55년간의 기록만을 담았을까’ 라는 막연한 내 의문은 프롤로그 부분에서 59년이 단순 저자의 출생년도라는 다소 허무하고도 의미 있는(?) 답을 건네주며 시작되었다. 1959년생인 저자는 1992년생인 나를 그렇게 자신의 한국현대사로 초대했다. 물론 ‘나의’ 한국 현대사라고 해서 정치에 몸담았던, 대표적인 진보지식인으로 통하던 저자 유시민의 성향과 편향적 입장만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얼마안가 그것은 이내 기우였음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히지만, 그렇다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꽤 유연한 시각으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와 같은 인물의 공과 실, 산업화 시대의 빛나는 업적과 암적인 면, 국민생활사 등을 다방면에서 수치와 함께 제시하고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배경을 ‘한강의 기적’만이 아닌 그 이면의 부작용도 같이 비추어낸다.
“대한민국은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다. 우리의 현대사가 영광과 승리의 역사라는 주장과 불의와 오욕의 역사라는 주장은 둘 다 옳다. 하지만 절반만 옳을 뿐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지 않는 역사는 없다. 인간 자체가 둘 모두를 가진 존재일진대 역사가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라는 구절과 함께 본문 내용 중, 특히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를 회피하고 왜곡하듯 우리나라 역사 또한 타당한 점과 잘못한 점은 구분해 밝히고 인정하자는 말을 대담하게 꼬집어내는 부분이 나로서는 참 공감이 가면서도 솔직하게 느껴졌었다.
이렇듯 작가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 따른 정치적 이슈와 일상사, 문화사 등 일반 역사서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와 지식을 자신의 일화와 예시를 통해 부모 세대인 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깨달음과 함께 새로운 간접경험을 선사한다. 그것들은 지난 55년간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실들에 대한 주요한 역사적 기록이다. 그 기록의 기준인 과거를 회고하고 과거의 집합인 현재의 사실이 현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고 나아가 가까운 미래 상황을 전망,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종결되어 까마득한 과거사와 달리 현대사는 해당 관련 인물들이 아직까지도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정치적 대립을 야기할 수 있어 상당히 민감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까다로운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 상관관계를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에는 당연한 전제로서 동의하는 바이다. 물론 이 책을 어떻게 여기냐는 것은 읽는 이의 자유다. 나에게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는 일종의 교양서로 다가왔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과거의 사실들을 제법 꼼꼼하게 정리해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교양서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왜 이런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현재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과거를 정리해 소개한 책이라면 통찰과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교양서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게다가 이 책은 지난 과거를 살아온 한 생활인의 기록이다. 학문적 연구의 결과도 아니고 교과서적인 역사 기술이 아닌 일반인과 비슷한 삶을 사는 작가 유시민이 본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과거의 사실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에 원인을 제공하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할 근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뜻 깊은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바탕에는 독재와 급격한 고도성장으로 인한 만성적인 부패와 그에 따른 진통, 오랜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의 동력이 ‘대중의 욕망’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인하기 힘든 분명한 실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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