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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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여행일기
이곳은 저승으로 가는 길목, 모두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바다를 구경하니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다들 이승에서 지겹게 보았던 바다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당황해 하는 눈치다. 그렇다. 이곳은 이승에서 보던 바다와는 다른 그런 바다이다. 사방은 온통 잿빛이고 물속은 하염없이 깊어 보이며 까맣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처럼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목의 바다는 그렇게 까맣다. 그곳에 빠지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곳에 빠진다면 저승으로도 편히 갈 수 없었던 그런 평탄치 못했던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을 테니까.
인간은 모두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동안에 살았고 품었고 생각했던 모든 인생의 문제들을 뒤집어 생각한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 교도관으로 재직할 시절 나에게 들려준 말이 있다. 그의 말은 사형수들의 마지막 날은 정말 나란 인간을 항상 되돌아보게 함은 물론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사형수의 아침은 똑같다. 그러나 사형수는 알고 있다. 자기가 오늘 지난날의 죗값을 치러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처음에는 여러 날과 똑같이 무덤덤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사형대 앞에 섰을 때의 모습은 그동안 그 사람이 살면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그런 모습이라고 한다. 잘못을 당한 피해자의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를 인도하는 목사님이 지켜보고 의외로 외로웠던 그 사형수는 어떻게 보면 죽음의 순간에서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어찌 보면 그를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맛보는지도 모른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죄 값은 치러야 하는 법, 마지막 사형수의 이야기는 세상 어떤 사람이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정말 아닌 그런 범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미련 없이 사형을 당한 범죄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니 성악설을 믿는 나를 자극하게 하는 말이지만 어쨌든 그 사형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있으면 저 사람은 정말 풀어 줘야 할 것 같고 다시 세상에 나가면 정말 착하게 정직하게 살 것 같은 그런 사람이 죽는 것이 안타깝고 절박하지만 그게 인간이 모습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와 마지막 순간은 성선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겠다. 사형수의 옷을 보면 푸른색이다. 미국의 경우 오렌지색이다. 그것은 무얼 뜻할까? 나는 이렇게 해석해 본다. 색깔로 심리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말은 하늘색은 우리가 요즘 너무 좋아하는 가을하늘색이다. 일상에 지치더라도 하늘을 한번 올려다볼 여유 그러면서 보여 지는 푸른 가을 하늘은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죄수들이 옷은 푸른색이 아닐까? 교도소 밖에서 보면 시리고 시린 푸른색일지 몰라도 교도소 안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오렌지색도 교도소 밖에서는 매우 눈에 띄어 보이고 눈부시지만 그 안에서는 밖에서 잿빛 인생 다 맛보고 온 사람들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나 나름의 해석을 한다. 다시 배안으로 들어와 보자. 서로 구경도 잠시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여기 저기 울부짖음에 한탄에 배안이 시끄럽다. 물끄러미 그 모습만 지켜보는 사공, 저승사자다. 그에게는 아무런 표정도 움직임도 없다. 그저 노를 저을 뿐이다. 그것도 한 방향으로만.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하다 그런 눈빛에 사람들은 멈칫 한다. 그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갑자기 또 시끄러워 지는 배안은 서로 알던 사람도 있었고 서로 미움을 주고받던 사이도 있었고 혹은 자기가 좋아했던 그런 사람들이 모두 한데 모여 있는 것이다. 평생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나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그런 상황에 사람들은 이제야 풀렸다는 표정이다. 후련하다는 듯 한 표정 이다. 그 이어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로 뒤섞이는 배안이다. 계속 알 수 없는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을 가던 배는 어느 순간 멈추고 눈앞에는 살아생전 보지 못했던 그런 곳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은 천천히 내린다.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빠른 걸음을 재촉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다. 이승에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곳은 잿빛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홍빛도 아닌 그런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낀다. 서로서로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저승길을 넘어오면서 달라진 이승의 사람들.
어떻게 보면 가까운 바다는 우리가 생각한 만큼 가까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생의 바다라는 존재는 우리가 언제든 보고 싶으면 갈 수 있지만 그것을 건너기가기 까지는 많은 파도와 폭풍 그리고 암초 또 생각지도 못했던 기상이변으로 부딪힐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바다는 항상 우리에게 푸르른 빛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죄수들의 죄수복은 언제나 푸른색이지만 인생이란 바다는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보기에는 잔잔해 보이는 바다도 그 속은 아주 치열한 공방전이 열릴지도 모르고 어느 한 쪽은 평화롭게 유유히 바닷속 삶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승에서의 삶은 잿빛, 저승이라고 칭하는 색은 검은색이다. 짧게 생각하면 잿빛이 더 연한 색이지만 잿빛은 색이 섞여져야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색이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검은색이란 색깔이 더 빛바래지 않은 깨끗한 색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색과 섞인 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한 친구와 쪽빛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까지는 쪽빛이란 색깔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받은 그 친구의 쪽빛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다.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그 배안도 이승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서운 검은 그림자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이 배안에 있는 나는 쪽빛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배안에서 보는 바깥세상, 별들이 총총히 돋아나는 것은 나는 이쪽으로 보내어지지만 또 다른 한 생명이 총총히 이승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태어나는 그런 신비로운 일이 아닐까? 종종 물결이 신음하며 경련을 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가 아닐까?
결국 인생은 향해와 같나 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을까? 어디에선가 나도 모르게 시작한 내 인생을 열심히 노를 저어 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나는 어디쯤일까?
사공이 나인걸 보면 나는 아직 살아있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또 다른 세계를 볼 것이며 또 누구와 사랑을 하고…….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 것은 아직 내 인생은 하얀 도화지인 셈이다. 아직 나는 내가 지나가야 할 바다의 반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되는 항해를 위해 오늘 튼튼한 노를 하나 더 새로 구입해 노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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