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관성의 서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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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관성의 서사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중심으로
1. 서론
소설은 왜 영화로 재구성 되는 것인가? 현 사회를 ‘영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의 매체 환경은 ‘다매체(multi media)의 시대’이다. 이는 다양한 매체들이 긴장을 통해 역동적인 문화지형을 형성하며 공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은 다양한 매체들 중 지배적인 매체가 다른 매체를 주변화 하는 불균형한 전체 속의 공존을 의미한다. 지금은 영상 매체가 중심부에 서있다. 이성적 사고보다는 시간적, 공간적 직접성이 더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문자 텍스트를 접하기 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영상물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소설의 죽음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다. 문자 텍스트의 하위에 문학, 그중에서도 소설이 있고, 영상 텍스트의 하위에 영화가 있다. 영상의 시대에 소설을 영화화하고, 영화가 소설화되기도 하며, 소설과 영화가 동반 창작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소설과 영화의 유사성, 즉 특정 작가가 창조력으로 독자나 관객에 흥미로운 허구적 내러티브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과 영화는 서로의 표현방식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소설이나 영화가 가지는 매체적 특수성, 장르적 고유성에 따라 많은 차별성을 내재하고 있다. 흔히, 문학과 영화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거나 영화가 문학텍스트의 확장이라고도 하지만, 영화는 이미 독립된 장르이다. 장르를 규정하는 매체가 확연히 다른 데서도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자를 기반으로 한 소설은 읽혀지는 인쇄매체를, 영화는 보고 듣는 영상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영화와 소설이 서로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주제의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와 소설의 매체상의 차이가 이야기의 중심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문학은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풍부한 재현 및 표현의 영역을 갖고 있는 반면 영화는 모든 것을 직접적 감각성에 의존한 영상과 음향,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재현이 어려운 심리적인 갈등이나 내면 묘사, 내적 독백, 풍자와 해학의 서술 기법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가 어렵다. 소설은 독자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읽어 가는 ‘시간예술’인 반면 영화는 시간, 공간예술을 종합한 ‘총체예술’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상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영화가 결코 소설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양자는 각기 서로 다른 감동과 효용을 독자와 관객에게 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두 가지 예술 형태는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해야한다. 여기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두 가지 예술 형태로 보여 지는 각 작자의 주관성의 차이와 그에 따른 내용적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본론
(1)영화,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살펴보기
이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서울 출신으로 합리주의적 사고를 가진 ‘나’가 엄석대라는 절대 권력 하에 놓여있는 시골학교로 전학 오게 되면서 독재에 항거하는 나의 반항과 그 좌절이다. 중간은 ‘나’가 가지고 있던 반항적 의식이 무너지면서 독재자 엄석대의 그늘로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으로 여기서 ‘나’는 독재자에게 완벽한 굴복과 충성의 모습을 드러낸다. 끝으로 보다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힘을 가진 새로운 담임선생님에 의한 엄석대라는 인물의 몰락과 그에 대한 아이들의 대응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문학은 어떤 형태로든 현실 세계를 반영하여, 현실과 상응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작가는 현실에서 가졌던 갈등과 욕망을 작품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며 작가의 욕망으로 재해석 되어 나온 문학은 당시 현실 세계의 아픔과 기쁨을 유추해 낼 수 있게 해준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당시의 암울한 사회상을 반영한 풍자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198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으며, 불합리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비판적인 각도에서 성찰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 당시 훌륭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문열 ‘제 11회 이상문학상’을 받게 해 준 작품으로 어느 정도 영화 흥행의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이 작품이 내포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로, 대중들에게 감독이 원하는 바를 어필 할 수 있었다. 박종원 감독은 소설이 출시되자마자 이 작품을 자신의 데뷔작으로 점찍어 놓은 작품이었으나 검열과 흥행의 문제로 영화화 작업이 4년가량 늦어졌다고 한다. 감독은 대중들에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절대 권력의 허구성과 부조리한 현실에 이기적으로 적응하는 소시민적 근성 비판.’ 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대중들과 함께 공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품을 재구성한 감독 역시 이 작품으로 인해 92년 제16회 몬트리올 영화제 최우수 제작자상 수상하고 이어서 92년 제12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동서문화상(작품상) 수상, 93년 제22회 뉴욕 뉴 디렉트렉듀 필림즈에 700편 중 22편 선정, 뉴욕 타임즈 특필. 93년 제6회 싱가폴 국제 영화제 비평자상 수상. 92년 제13회 청룡영화제 작품-감독-특별(아역배우들)상 수상 등, 뛰어난 수상 업적을 기록하였다. 한마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설가와 영화감독 게다가 심지어 배우들까지도 상과 명예를 안겨준 작품이 된 것이다.
(2)‘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영화와 소설로 공존하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59년부터 이듬해 4.19직후까지의 사회 상황을 한병태라는 관찰자에 의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한병태가 화자 ‘나’로 등장하는데, 독자는 이야기의 중심을 한병태로 할 것인지 석대로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야기 전달자인 한병태가 카메라를 통하여 비추어지는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카메라의 시각으로 엄석대의 권위와 독선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으며 소설 속의 화자였던 한병태를 더욱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결말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접한 사람이라면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엄석대의 몰락을 영화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한병태는 일상생활 속에서 소시민적 무력감을 느끼면서 엄석대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도덕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깡패로 전락한 엄석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는 한병태가 끝내 엄석대를 만나지 못하고 엄석대에 대하여 완결되지 않은 열린 구조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영화에서 초등학교시절 자신에게 자유와 진리를 가르쳐준 6학년 때 담임인 김선생이 권력에 편입한 국회의원으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영화‘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원작 소설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지만 결말 부분을 포함하여 여러 에피소드에 대한 차이점이 눈에 띈다. 또한 ‘엄석대 일당’이 행하는 불의, 특히 책에서 ‘한병태’가 겪었던 수많은 불의는 구체적으로 언급된바가 없었기에 영화 속에서 새로이 각색된 것이 많았다.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폭력적인 모습에 엄석대는 더욱더 강력한 독재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전학 첫날 급장과 첫 대면 하는 것을 스스로 걸어서 급장에게 가는 소설과는 달리, 미화부장과 청소부장의 우악스런 멱살에 끌려 마룻바닥에 내치는 식으로 그려진 영화 속의 장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청소하는 ‘병태’위로 쏟아져 내린 책걸상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였고, ‘엄석대’ 일당이 행하는 담력테스트-기차가 달려오는 레일 위에서 누가 더 오래 누워있는지 시험하는 놀이-도 초등학생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폭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병태’가 자유와 희망의 논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석대의 왕국’으로 편입되어 달고 단 굴종의 열매를 맛보던 시기에 학기말 고사가 끝난 뒤 다함께 모여 노는 모습은 일명 어른들의 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퇴폐적이었다. 책에서는 ‘석대’가 아이들을 3부류로 나눠서 첫 부류는 과자와 사이다를 사오게 하고 두 번째 부류는 집에 가서 고구마와 밤 따위를 가져오게 했으며 나머지 부류는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나무 가지 등을 구해 온 뒤 모닥불을 피우고 가져온 고구마 밤을 익히는 동안 과자와 사이다를 먹으며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갖가지의 놀이를 함께 즐기는 것이었다. 그 놀이도 어디까지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범위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반면 영화 속 아이들은 무슨 깡패 집단처럼 음산하기 그지없었고 ‘석대’는 그들 앞에서 무슨 집단의식을 행하듯이 토끼의 배를 칼로 가르고 피워둔 불 위에서 돌려가며 익히는데 바비큐를 굽듯 토끼를 끼운 쇠꼬챙이를 빙글빙글 돌리는 담당도 따로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어디선가 여자를 불러다가 ‘병태’ 옆자리에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아이를 앉혀주는 일이다. 더구나 여자가 들어올 때 ‘석대일당’이 모닥불 가에 둥글게 서서 치던 박수는 아이들로써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몹시 낯설게 다가온다. 소설에서는 엄석대가 감옥에 간다는 설정을 둠으로써 권선징악 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엄석대 같은 인물은 세상의 악의 축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다. 허나 영화에서는 엄석대가 마지막 장면에서 5학년 담임선생의 장례식에 큰 화환을 보냄으로써 어디선가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그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의 행실로 인하여 그가 올바른 길로 성공하였다는 추측 보다는 부조리한 방법을 통하여, 얻은 권력 즉 조직 폭력 단체의 보스와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든다.
(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속의 정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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