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1964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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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1964년겨울
서론
2006년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지나가고 마주치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다른 사람의 사건에 휘말릴까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다.
1964년 겨울 나와 안은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초라하고 싸구려 선술집에서 만났다. 서로의 소개를 간략하게 하고 나서는 더 이상의 할 말을 찾을수가 없었다. 서로에 대한 소개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소개가 끝났지만 서로의 이름조차 관심이 없는 그들은 그렇게 1964년 추운 서울의 겨울하루밤을 보내는데 거기에는 서른대여섯쯤 되어보이는 힘이없는 한사람이 더 있었다. 그도역시 ‘사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그에 대한 더 이상의 정보는 없다. 이렇듯 서로에 대해 아는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세사람이 짧은 동행을 하게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당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격하게 도시에 적응하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혼돈으로 절망하는 끝에 사람들의 잃어버리고있는 인간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메말라가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본론
1. 익명성
두주인공들은 한 선술집에서 만났다. 서로에 대해서 ‘그렇고 그런 자기소개’를 하고나서는 그 둘사이의 대화는 단절이 된다. 대화의 단절이 가져오는 적막한 분위기는 서로가 말할 거리를 찾게하고 그 자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다 ‘나’가 안주거리인 구운참새를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거리는 고작 파리에 관한이야기다. 하지만 곧 그 이야기도 서로의 의견이 상반된다는것을 알고 기분이 나쁘게 끝나게되고 또다시 둘은 공통적인 분모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것은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공통적인 면이 없어서이고 관심을 가지겠다는 의지가 전혀없다.
그 때 우리의 대화는 또 끊어졌다. 이번엔 침묵이 오래 계속되었다. 나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잔을 비우고 났을 때 그도 잔을 입에 대고 눈을 감고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이젠 자리를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다소 서글픈 기분으로 생각했다. 결국 그렇고 그렇다. 또 한 번 확인된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자 그럼 다음에 또……라고 말할까 재미있었습니다라고 말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술잔을 비운 안이 갑자기 한 손으로 내 한쪽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말했다.
또 그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진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들 재미는 있지만 의미는 없는 그런 이야기를 술안주 삼는부분에서 지극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현대 사람들의 개인적인 모습을 볼수 있고 그들이 그냥 하는 이야기에 웃고 즐기는 모습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생긴다. 익명성이라는 것은 현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도시화와 아주 잘어울리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풍토속에서 익명성은 그들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는 비록 의미는 없다고 해도 이어지고 있고 잠시 한자리 술안주로써도 손색이 없었다. 이렇듯 당시 사람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화의 물결속에서 방황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대들이 극명하게 대립되던 시기여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와 확신이 없다. 이 두주인공은 이러한 현대 사람들의 모습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고 이것은 서로에 대한 소개가 있었지만 이 둘은 각자의 이름과 그들의 지나온 세월은 관심이 없는 모습을 통해 나타난다. 재미는 있지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거리들을 이리저리 흩어놓고 자리를 떠나려고 할때쯤 또다른 익명의 한사람이 등장한다. ‘사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작가조차 세 주인공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작가 자신도 철저하게 그들을 전지적관점에서 속마음까지 보고 있지만 이름을 부르는 친근한 행동을 하지 않는것은 당대의 무겁고 냉랭한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다.
2. 안과 나 그리고 사내
사내의 등장은 소설이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이제까지 안과 나는 서로에 대한 마음속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잠시나마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서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심각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다른이야기를 하지고 ‘안’에게 제안한다. 이렇듯 서로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고 겉만 돌고 있는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주인공에 비해 그 사내는 굉장히 다른면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선뜻 동행하기를 바랬고 그들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다 쓸때까지 같이 있어 달라고 한다. 다른 두 주인공은 그 사내에게 어떠한 사정도 묻지 않고 그저 돈을 사내가 낸다는 소리에 꺼림직한 기분은 있었지만 그의 동행을 허락한다. 여기서 물질만능주의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보게된다. 그 사내의 묘사는 처음부터 힘이 없고 슬픈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사정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의 돈만 좋았기 때문이다. 사내는 그 두사람에게 자신의 돈이 생기게 된 사정을 설명하고 자신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하지만 아내를 잃었다는 사내에게 그 누구도 진심으로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형식적인 “안됐네요”만 할뿐이다. 사내는 산업화속에서 전형적으로 실패하고 사랑을 잃은 인물이다. 그는 아픔을 두사람과 나누려고 하지만 개인주의자인 나머지 둘은 그 사내의 행동이 부담스럽고 귀찮기만하다. 하지만 그에게 돈이 있었기에 그의 아픔을 걱정하고 위로하기 보다는 그 돈 때문에 그와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뒤에 그 돈의 출처를 알고나서도 그들에게 심경의 변화는 조금이라도 찾기가 어렵다. 측은해하는 마음을 가지기는 커녕 사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불꽃속으로 던져버리자 더 이상 같이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서로갈길을 가자고 하는 극명한 개인적인 이기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안’이 ‘나’보다 더 심한 개인주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어느정도 배우고 돈이 있는 사람들을 ‘안’의 모습을통해 나타낸것이기 때문이다. 여관에 들어가서도 ‘안’은 고집스럽게 혼자 방을 쓰기를 원하고 ‘나’는 잠시동안 ‘사내’의 마음을 생각해서 같이 하기를 바라고 함께 있어 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극심한 개인주의에 물들은 ‘안’과는 달리 ‘나’는 어느정도 개인주의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속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산업화와 현대화에 물들지 않은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결국 ‘나’도 ‘안’과 같이 각자 방을 쓰기를 주장하고 결국 아침에 ‘사내’는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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