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데드맨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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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워킹
1. 프롤로그
영화 <데드맨 워킹>은 헬렌 프리진 수녀의 생생한 경험을 기록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사형 제도에 관한 논의를 일으켰던 화제작이다. 이 영화는 사형제도에 관한 냉정한 시험문제이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해법을 담고 있다. 또한 타락한 범죄자의 영혼과 구원의 문제, 현실과 이상의 거리, 신앙의 한계 같은 더욱 본질적인 고민거리가 들어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사형수와 수녀라는 극단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하여 분출된다. 최악의 기만을 상징하는 살인자와 최선의 윤리를 상징하는 종교인의 관계 사이에서 팀 로빈스 감독은 과연 사형제도가 존속되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관객에게 묻고 있다.
일단 영화의 결말은 헬렌 수녀의 시점을 통해 은근히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영화 속의 헬렌 수녀가 진지한 기도 속에서 힘없는 사형수의 권리를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정경임에 틀림없고 이는 또한 사형제도에 대한 하나의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헬렌 수녀의 실화를 통한 팀 로빈스 감독의 주관적, 개인적 결정이지 우리들 자신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는 아니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라는 영화의 본질적인 질문이 시작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 자신의 고민도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면 사형제도의 존폐여부에 대한 영화의 태도가 과연 신뢰할만한 방식이며 적절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지 영화의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좀 더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데드맨 워킹> 감상 및 분석
영화의 출발은 헬렌 수녀가 사형수 매튜로부터 구원을 요청하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헬렌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매튜는 자신이 무죄임을 고백 투의 어조로 털어놓는다. 험한 인상이기는 해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다. 당신 뿐이다.”라며 매튜가 헬렌에게 매달리는 순간 관객은 그가 혹 무죄는 아닌지, 극형을 받기에는 다소 억울하지는 않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게 된다. 단지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카톨릭의 이념에 충실해 매튜에게 접근 했던 헬렌 수녀는 그와의 만남을 계속할수록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구원의 길로 그를 이끌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매튜와 헬렌의 계속되는 대화 장면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들 앞에 가로놓인 벽이다. 이 벽은 처음에는 두꺼운 벽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서로의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을 정도의 얇은 유리벽으로 점점 그 두께가 얇아진다. 영화가 계속되고 헬렌과 매튜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 벽은 서서히 사라지고 헬렌과 매튜의 거리는 가까워지게 된다. 급기야는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 사형을 앞두고 괴로워하는 매튜에게 헬렌 수녀가 다가가 그들을 가로막은 그 유리벽 안으로 들어가서 매튜와 대화를 나눈다. 이로써 헬렌과 매튜의 거리는 거의 없어져 버린다. 하지만 사형집행을 위해 매튜가 또 다른 유리벽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 그들의 관계는 끊어지고 매튜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즉 그들 사이의 유리벽은 법이 만들어 놓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이다. 영화는 이처럼 사형제도에 폐지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시작한다.
한편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논리적, 법적 접근은 매튜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변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매튜의 변호사는 매튜를 변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형제도의 불합리성과 반인륜성 등을 매튜의 처지와 연관시켜 호소력 있게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매튜는 오로지 가난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고 돈이 없어서 끝내 사형수가 된 듯이 비쳐지고 함께 범죄를 저지른 친구는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이미 풀려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사회적 희생양인양 변호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이 설정들이 만약 사실이라면 매튜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는 무고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오판인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또한 매튜의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플래시백 장면은 매튜의 모호한 결백성을 강조하는데 더욱 일조한다. 하지만 결국 매튜가 진범임이 드러나게 되고, 매튜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불쌍하게 울먹이며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게 된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매튜의 말만을 믿고 그를 살인범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헬렌의 실수와, 매튜의 사형집행을 지켜보며 매튜에게 다소나마 동정심을 느끼지만 자신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헬렌에게 말하는 피해자 알렌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러한 두 캐릭터를 통해 사형제도의 존폐론적 본질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은근히 매튜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을 맺지만 무조건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된다는 편파적인 시각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특히 서로 상반된 입장에 섰던 헬렌 수녀와 피해자 알렌의 아버지가 같이 기도하는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서 팀 로빈스 감독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반추하고 여러 각도로 사유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즉 영화 <데드맨 워킹> 사형제도 존폐 여부 및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고민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사형제도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3. 사형제도의 존폐론
물론 이 영화는 사형제도의 존폐 논쟁에 대해 감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단지 감정적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형제도를 존치시킬 것인가 혹은 폐지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발표된 논문들도 어느 한 쪽을 견지하거나 혹은 단계적 폐지론을 거론하며 사실상 폐지에 가깝게 서서 중립을 지키는 정도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사형존폐론이라 함은 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것인가 혹은 완전히 폐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쟁점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어떠한 관점에서 혹은 어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존치 혹은 폐지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1) 존치론
사형제도 존치론의 논거는 사회공동체에서 구성원의 생명권 보장의 공동체의 책임과 질서유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사형 존치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흉악범 등 중대범죄에 대하여는 사형으로써 이를 위하하지 아니하면 법익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둘째, 사형은 위하에 의한 범죄 억제적 효과를 가진다. 셋째, 사람을 살해한 자는 생명을 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이다. 넷째, 극악한 인물은 국가사회의 방위를 위해서 사회로부터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 다섯째, 오판은 사형에 한하여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판에 의하여 일어나는 결과는 자유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다. 여섯째, 사형을 통하여 적어도 특별한 조직이 흉악 범죄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범죄인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는 경찰관과 교도관은 사형존치론을 주장한다. 일곱째, 사형은 종신형보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준다. 여덟째, 사형폐지가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문화적 여건의 성숙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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