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伐셔발셔발서울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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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의 <徐伐, 셔발, 셔발, 서울 SEOUL>
꽝! ㄲㅗㅏㅇ! 이란 표현이 이 시에 나온다. 이 시를 읽고 난 기분이 저 표현과 딱 들어맞았다. 제목부터 난감하다. 처음엔 서발이라는 한자가 뭘 뜻하는지도 몰라 사전을 검색해 보았다. 서벌은 신라를 뜻한다. 수도인 서울에 대한 시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면서 시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4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산문시를 읽고 나자 황지우 시인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그리고 다섯 번을 읽고 열 번을 읽어보았다. 다른 시들(<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묵념, 5분 27초>와 같은 시들)도 다양한 시를 접해보지 못한 내 뇌리에 단번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이 <徐伐, 셔발, 셔발, 서울 SEOUL>은 특이하게도 시어와 표현들이 해괴하고 변칙적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재미가 있었다. "라시라"라는 계명을 오선도를 직접 그려 넣고 짜자잔이라는 효과음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대표적으로 그런 부분이었다. 또한 인물들의 대화를 맞춤법을 무시한 채 서술하였고 들리고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다.
재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결론적으로 이 시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분석해 본 결과물은 즉흥적이고 들리는 대로,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서울의 부패를 휘갈기듯 써내려간 이 시야 말로 순수한 분노의 결과물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과거를 지나와 고층 빌딩들이 마천루를 이루고 아이들은 윷놀이보다 갤러그를 즐기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담백한 포크송 대신에 빌보드의 세련된 팝송이 흘러나온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들은 이 도시에 갤러그 속 우주선들이 튀어 나와 불쌍한 아줌마를 쏘아 죽이는 상상을 하게 되고, 땡볕에 고구마를 튀기는 청년이 두들겨 맞아 머리통이 고구마와 같이 튀겨지는 일도 아주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잘 빠진 우주 비행기가 등장해 신문대에 서 있는 아줌마의 심장을 뚫을 총탄을 발사할 일은 없겠지만 지하철 역 앞에 버스에서 무장한 전경이 내려 다짜고짜 저 아줌마의 머리통을 부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시집이 속한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 안에서 해괴한 시어들을 파헤치다 보면 그 뜻을 찾기는 의외로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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