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제주 43 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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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날은 그 전날과 그날 새벽에 비가 많이 와서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다. 그래서 야외에 있는 위령제단, 행방불명인표석, 지역별추념광장, 각명비, 위령탑, 조형물(귀천), 비설(모녀상) 등을 관람 할 수가 없어서 제주4.3평화기념관만 관람을 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제주4.3평화기념 박물관을 향해 가는 길에는 제주4.3 64주기 추념 시화전과 제민일보에 실렸던 4.3관련 기사들을 제민일보 4.3보도 기획전으로 전시해놓았다. 그리고 사진을 현수막으로 뽑아 걸어놓았다. 사진들을 쭉 보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진이 걸려있고 시화전과 기사들을 걸어놓은 길을 지나갈 때는 잔잔한 클래식이 나왔다. 그 클래식 음악 덕분인지 마음이 더 짠해지고 경건해 지는 것 같았다. 걸려 있는 시들은 보고 있는데 어떤 우리 또래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그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시를 읽는데 집중이 안되고 그런 곳에 가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며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마음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처음 제주4.3평화기념 박물관을 봤을 때 생각보다 큰 규모에 살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내 데스크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관람실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다. 관람실은 1관 역사의 동굴, 2관 흔들리는 섬, 3관 바람 타는 섬, 4관 불타는 섬, 5관 흐르는 섬, 6관 새로운 시작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처음으로 1관 역사의 동굴에 들어서자 진짜 동굴처럼 되어있었다. 중간 중간에 깨진 항아리들이 옆에 있고 그 부분에 조명을 쬐어주고 있었다. 분명 뭔가 의미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잘 모르겠어서 그냥 넘어갔다. 짧은 동굴을 지나고 나면 4.3백비라는 흰색 큰 돌이 있다. 백비는 어떤 까닭이 있어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을 일컫는다고 비석 옆에 있는 설명에 나와 있었다. 설명에는 큰 글씨로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라고 적혀있었다. 이 문장에서 제주 4.3이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꼭 세기고 말 것이라는 굳건한 의지가 보였다. 1관 역사의 동굴은 생각보다 짧았다.
2관 흔들리는 섬은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 벽에 전쟁사진이 여러 장 걸려있고 바로 정면에는 전쟁영상을 상영해 주고 있었다. 영상을 조금 보다보면 그 영상은 일제와 관련 된 영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군인들이 우물 속에서 무언 가를 건져 올리는 데 그 무언가가 모녀였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우물에 두 모녀가 숨어있었는데 군인한테 발각 된 것 같았다. 두 모녀가 떨고 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장면을 볼 때는 진짜 마음이 찡했다. 2관 흔들리는 섬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말에 일본군 요새로 전략한 제주도의 모습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또 일본이 미국에 항복함으로서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던 제주 사람들이 제주로 귀향한다는 것에 대해 전시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 한국이 자주독립국가를 꿈꾸며 그것이 제주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전시해 주고 있었다. 한국이 자주독립국가를 꿈꾸며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진 것은 건국운동이였다. 해방이 되자 ‘우리 손으로 자주독립국가를 세우자’는 기치를 내걸고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여운형 들이 주도한 조선건국분비위원회는 치안유지와 건국활동에 매진했다. 전국적으로 145개나 되는 조선건국분비위원회 지부가 생겨났다. 이 조직들은 곧 인민위원회로 개편됐다. 제주도에도 인민위원회가 있었다. 제주도 인민위원회의 특징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으며 강력했지만 온건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자주독립국가를 꿈꾸는 동안 제주도도 자치의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해방 직후 고향에 돌아온 귀향 청년들을 중심으로 ‘배워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야학과 학교 설립운동이 뜨겁게 번져갔다. 마을마다 초등학교, 면마다 중등학교 세우기 운동이 주민의 힘으로 벌어졌다. 또 청년단체들이 주로 맡아 일본군 패잔병의 횡포를 막는 밀과 토지 산업체 등 적산이나 군수문자를 멋대로 처리하는 것을 감시하는 일을 했다. 또 제주도 인민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각 면과 마을 행정을 이끌어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면사무소나 경찰지서에 인민위원회 간판이 나란히 걸리기도 했다. 주로 치안활동과 농사법교육, 학습회, 체육대회, 야학 운영, 학교 설립운동 들을 전개하여 자주독립을 위한 활동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제주도는 1946년 8월 1일 행정구역상 전라남도에서 분리되어, 하나의 섬인 도(島)에서 남한 아홉 번째의 도(道)로 승격되었다.
이후 바로 1년 뒤 1947년에 4.3사건의 도화선인 3.1 발포사건이 발발하였다. 3.1기념대회 이날의 집회 끝 무렵 주요 시위대가 이미 관덕정을 지나간 뒤 한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채이자 성난 군중이 기마경찰을 공격하였고 경찰서를 공격하는 것으로 오인한 경찰들이 발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시위대가 아닌 구경꾼들이였고 제주도민들이 이를 항의하였으나 경찰은 정당방위를 주장하였다. 분노가 폭발한 제주도민들은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고 경찰이 이미 체포와 구금으로 대처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관람실 안에 3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서의 핵심은 무고한 구경꾼들이 총격에 쓰려졌다는 사실과 그 사실이 얼마나 슬프고 분노해야할 만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분노해야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고한 사람이 총격에 쓰러져 가고 그에 대한 분노로 제주도민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는데 그에 대처하는 경찰의 태도는 정말 분노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몇 발자국 안 걸어가서 아직 3.1발포사건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로 단정하다. 라는 전시물을 보았다. 이 전시물의 내용은 이렇다. 미군대령 카스티어 대령이 연술하는 조사단을 제주에 파견했다. 미군 보고서는 파업원인을 ‘경찰발포로 도민 반감이 고조된 것을 남로당 제주조직이 선동해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주도 인구의 70%가 좌익의 동조자”라고 기술했다. 한술 더 떠 경무부 최경진 차장은 기자들에게 ‘제주도 주민 0%가 좌익색채’라는 발언까지 했다. 카스티어 대령이 제주를 떠난 다음날인 3월 14일 조병옥 경무부장과 응원 경찰 421명이 급파됐다. 조병옥은 15일 파업 주모자를 검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틀 새 200명이 연행됐다. 본토에서 파견된 수사 요운들에 의해 연행자에 대한 고문이 시작됐다. 여기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제주도를 낙인찍듯 ‘레드 아일랜드’로 규정하고 있는 미군정에 대해 나는 다시 한번 분노했다. 또 1947년 4월 중순께 검속자가 500명으로 늘어나서 3.3평 유치장에 35명을 수감해 수감자들은 유치장 안이 비좁아 앉지도 못한 채 서서 수감생활을 하는 최악의 생활을 맞았다고 한다. 무고한 제주도민들을 유치장 안에 가둬 넣은 것도 모자라서 그 유치장도 안지도못하고 서도 비좁은 유치장에 거기에 고문까지 해서 3명을 숨지게 한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전시물만 보고도 이렇게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그 당시 수감되었던 무고한 제주도민들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진짜 화도 많이 났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레드 아일랜드에 관련된 전시물을 다 봤을 때 쯤 어떤 할머니의 사진과 그 할머니가 한말이 또 한번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3관 바람 타는 섬에 가기 전에 제주4.3에 대한 짧은 설명이 있었다. 여기서는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ㆍ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라고 설명 해주고 있다. 나는 이 설명을 보고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 될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관 바람 타는 섬에 들어가자마자 무장봉기에 관한 전시물이 있었다. 1948년 4월 3일 새벽2시, 한라산 기슭 오름마다 봉화가 붉게 타오르면서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주도한 무장봉기가 시작되었다. 350명의 무장대는 12개 경찰지서와 서북청년회 등 우익단체 단원의 집을 지목해 습격했다. 무장대는 무장봉기가 경찰의 탄압에 대한 저항임을 주장했다.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구호가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조국의 통일독립과 완전한 민족해방’이라는 구호를 통해 남한만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무장대는 말이 무장대지 빈약한 병력과 조악한 무기를 사용했다. 무장대는 초기 350명이었고, 전 기간 통틀어 500명 선을 넘지 못했다. 4.3봉기 당시 무기는 일제 99식 총 27정, 권총 3정, 수류탄25발이고 나머지는 죽창이었다. 미군 장비로 무장한 토벌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었다. 또 무장대는 부풀려지고 왜곡되었다. 토벌대는 강경작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무장대 숫자를 과장했다. 또한 “무장대는 남한 각지에서 모집한 백정”, “중국 팔로군 출신”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심지어 진 군정장관은 “무장대는 북한 공산군”이라고 언론에 왜곡 발언하는 등 여론을 어지럽혔다. 내가 알고 있는 제주 4.3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기서 유언비어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나는 제주 4.3은 그냥 제주도 사람들은 다 빨갱이라며 외부에서 들어와 제주도 사람들을 다 죽인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전시물을 보며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어떻게 나온 것이며 왜 내가 그렇게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무장대에 관해 어떻게 그렇게 과장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아무리 토벌대가 유언비어를 퍼트려도 확인도 없이 사람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인 것 같다. 4.3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알기 전에도 4.3은 정말 어이없고 화나고 억울했는데 하나하나 더 알아갈 수록 진짜 어이없는 사건인 것 같다.
이 다음 전시물은 오라리 방화사건에 관한 전시물이였다. 지난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오라리 방화사건에 대해 말해 주신 적이 있었다.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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