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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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는 말처럼, 인간은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다. 하지만 실제로 모두들 그렇게 느끼고 사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에만 평등을 주장한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평등을 넘어선 이기주의를 내세우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나에게만 아무 일 없다면, 다른 건 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과 무관심으로 가득한 인간 세상을 ‘언인스톨’하기 위해, ‘탁구계’와 ‘못’, ‘모아이’가 나섰다. 이제부터 그 황당무계한 소설 속으로 들어가본다.
우선 소설 『핑퐁』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소설의 주인공은 중학생인 ‘못’과 ‘모아이’ 다. 이 둘은 ‘쎄트’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다. 왕따를 당하는 데도 별 이유가 없다. 단지 학교 짱인 ‘치수’의 눈에 띄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이스터 섬의 석상과 닮았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받는다. 이 둘도 자신들이 왜 왕따인지를 납득할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 꽁트로 따지면 ‘아~무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그런 불만이나 의견들은 모두 표출되지 못하고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어느 날, ‘치수 패거리’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둘은 벌판에서 탁구대를 발견하고 탁구를 치게 된다. 핑, 퐁, 핑, 퐁. 탁구를 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걸까? 탁구를 치며 땀을 흘릴수록 맞은 곳의 아픔이 점점 가시고, 탁구공이 튀는 경쾌한 소리에 기분이 맑아진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탁구의 즐거움을 발견한 두 아이들은 탁구용품을 사러 가게 <랠리>에 갔다가 가게 주인인 ‘새끄라탱’과 친해지게 되고, ‘새크라탱’에게 자신들의 고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또한 ‘새크라탱’은 아이들을 ‘탁구계’로 안내한다. 아이들은 인간계의 부조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탁구계’에 매력을 느끼고 조금씩 탁구의 재미에 빠져든다. 어느 날, 우주 저편에서 ‘탁구계’가 날아와 지구에 착상한다. 착상하는 ‘탁구계’에 쑤욱, 하고 흡수된 ‘못’과 ‘모아이’는 인류의 존립 여부를 놓고 ‘새’, ‘쥐’와 함께 탁구 경기를 펼치게 된다. ‘못’과 ‘모아이’는 인류들이 <깜빡>해버린, 다시 말해 인간계에서 소외된 아이들로써 ‘탁구계’의 대표, ‘새’와 ‘쥐’는 스키너 박스에 의해 길들여진 평범한 존재들로써 인간계의 대표이다. 승리는 기계적으로 길들여진 인간계의 대표들에게 넘어갈 것 같았지만, ‘새’와 ‘쥐’의 과로사로 인해 ‘탁구계’가 승리한다. 이제 이 두 아이들은 이제 인류를 ‘언인스톨’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이어가느냐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아이들의 대답은 당연히 Yes 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탁구계’는 소멸되고, 아직 ‘언인스톨’되진 않았지만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언인스톨’될 수 있는 인간계로 다시 돌아온 ‘못’과 ‘모아이’는 우선 각자가 원하는 일에 매진해보기로 결정하고 헤어진다.
겉으로만 보면 참 어이없고 황당한 내용일 수도 있다. 나도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땐 참 아리송했다. 도대체 ‘못’과 ‘모아이’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작가 박민규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박민규는 현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박민규의 모든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박민규의 단편집 『카스테라』만 읽어봐도 대충 박민규의 소설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박민규의 소설 경향은 대체로 삭막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표현한다. 『카스테라』에 실린 모든 작품들의 공통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소외된 사람이거나 현대 사회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내용은 자본주의 맹점과 같은 사회의 부조리적인 측면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소설『핑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설정부터가 사회의 부조리를 반영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 유행처럼 퍼져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왕따’현상이 그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며칠에 한 번씩 왕따가 교체(?)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아~무 이유 없이’왕따 시키고, 또 왕따 당하는 것이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저 싸움 잘하고 권력 있는 친구의 눈에 띄었기 때문에 얻어맞고 왕따 당하고, 머리가 크고 못생겼다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얻어맞는다.
부조리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책의 곳곳에는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심어져 있다. 책의 소제목 속에도 현실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들 잘 하고 있습니까?’라는 소제목에서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사람들의 ‘아무렴 어때?’라는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버스가 정차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온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하게 운전을 해도, 사고 없이 별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만 하면, 그 과정은 어땠건 간에 사람들은‘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한다. 학급 친구가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본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으면 또 ‘아무렴 어때?’라며 무감각하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못’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까, 잘 하고 있냐는 것이다.’ 정말 몰라서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박민규는 이런 소제목에서 반어법을 사용하여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무관심, 그로 인한 인간 소외를 비판하고 조롱한 것이다.
본문에서도 사회 부조리에 대한 언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는 다수결(多數決)이다. 에어컨을 만든 것도, 자동차를 만든 것도, 석유를 캐는 것도,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도, 인류가 달에 간 것도, 걸어가는 로봇을 만든 것도, 우주왕복선이 도킹에 성공한 것도, 모두 다수가 원하고 정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인기의 정상에 서는 것도, 누군가가 투신자살을 하는 것도, 누군가가 선출되고 기여하는 것도, 실은 다수결이다. 알고 보면 그렇다.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치수가 원인의 전부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러싼 마흔 한 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냉풍이 다시 폭포처럼, 송풍구에서 쏟아져 내렸다. 나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다수의 결정이다. 참고, 따라야 한다. 에취. 뒤에서 누군가 심한 재채기를 했지만, 이내 버스 속은 잠잠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다수인 척 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이 단락에서는 사회의 부조리로‘다수의 폭력성’을 언급하였다. 다수결의 원리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간단하고 편리하며 공정한 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수결의 원리는 다수에 의해 소수가 짓밟힐 때 그 위험성을 드러낸다. ‘못’은 왕따를 당하는 동안에 왕따 당하는 원인이 모두 치수에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둘러싼 다수의 학생들 모두에 의해 따돌림을 받게 되었음을 깨닫고, 나아가서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가 ‘다수인 척’하며 서로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이 외에도 많지만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봐도 작가 박민규의 사회에 대한 인식이 대충 어떠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못’과 ‘모아이’는 처음부터 아예 친하지도 않았다. 그저 ‘쎄트’로 얻어맞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도 ‘치수 패거리’들에게 실컷 얻어맞은 날이었을 것이다. 벌판에 있는 탁구대에서 둘이 함께 탁구를 치게 되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다 탁구용품점 주인이자 ‘탁구계’의 간섭자인‘새끄라탱’을 만나 본격적으로 탁구를 배우게 되고, ‘새끄라탱’의 안내에 따라 ‘탁구계’라는 세상에 서서히 발을 들여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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