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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서유럽의 무슬림 인식
-무관심과 적대감, 그리고 이해와 공존-
로마 제국 아래 통합되었던 고대의 지중해 세계는 7세기 중엽 이후 이슬람 세계와 비잔틴 세계, 그리고 프랑크 왕국이 지배하는 서유럽 세계로 삼분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것은 이슬람 세계로 그들은 632년 선지자 마호메트가 죽은 지 1세기도 지나지 않아 서고트 왕국과 사산조 페르시아 및 동로마 제국의 일부분을 정복하여 스페인과 아프리카 해안으로부터 인디아와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으로 발전하였다. 중세에서는 동방과 서방, 특히 서유럽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역학 관계가 근대 이후의 그것과는 정반대로 서유럽이 열세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세계에 대해 중세 서유럽사회는 이슬람의 무시나 무관심의 태도를 견지할 수는 없었다. 특히 서유럽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활력을 회복하여 종교와 문화 등 사회에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발전과 변모를 경험하게 된 11세기 이후부터는 사정이 더욱 더 그렇게 변해갔다. 서유럽의 입장에서 이슬람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가를 모색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열등감 때문에 중세 서유럽 사회는 근래의 학문적 연구처럼 그들은 객관적으로 초연한 입장에서 바라보지를 못했다. 서유럽을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슬람이 대제국 건설과 같은 세속적 성취 외에 지적 업적이나 문화적 성취에 있어서도 서유럽보다 더 앞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중세의 상당 기간 동안 서유럽은 이슬람에 대해 군사력의 열세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열등감을 느껴야했다.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내려오기도 하는 무슬림에 대한 서유럽의 부정적 견해는 주로 십자군 전쟁과 같은 양자 간의 정치적, 군사적 갈등의 부산물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이러한 문화적 열등감 때문에 더욱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이슬람세계와 그 구성원인 무슬림에 대한 중세 서유럽의 이해와 인식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고 변화했는가?
서유럽사회와 끊임없이 접촉을 가졌던 유태인 집단이나 비잔틴 제국과는 달리 서유럽의 기독교인들은 11세기 이전까지 이슬람 세계와는 거의 접촉이 없었으며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종교로서의 이슬람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통치하에서 살아야했던 스페인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했을까?
스페인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으로부터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가장 이에 대하여 깊고 많이 생각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이슬람에 대한 모든 중요한 논의들은 거의 대부분 스페인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8,9~16세기까지 이슬람에 대한 스페인 기독교인들의 인식은 타협을 거부하는 광신적인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며 호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기독교인들의 폭력적 저항과 이에 대한 탄압이 간헐적으로 있긴 했다. 그러나 탄압은 기독교인을 무슬림으로 개종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소수 과격분자가 일으킨 요소에 대한 방어책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11세기 말부터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상대로 성지 예루살렘의 탈환을 위하여 벌인 십자군 전쟁들을 계기로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1099년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예루살렘을 왕국을 비롯한 4개의 십자군 국가를 세웠고, 1187년 이집트 군주 살라딘에 의하여 예루살렘이 재탈환 될 때까지 팔레스타인을 지배 하였다. 이후에도 서유럽의 성지탈환을 위한 시도는 200여 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슬람은 이제는 직접 전장에서 만나 싸워야 하는 적이 되었다. 12세기 중반이후 십자군 전쟁이 난관에 봉착하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자 무슬림은 여러 신을 믿으며 악행을 일삼은 이도교로 매도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예루살렘의 재탈환을 위하여 리처드왕등 쟁쟁한 서유럽의 군주들이 조직한 제3차 십자군 전쟁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면서 서유럽 세계는 당황하고 좌절한다. 이슬람과의 대결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보루에 서게 된 그들은 십자군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다신교를 믿으면 기독교인을 무자비하게 박해하는 무지한 이교도로 몰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십자군 전쟁의 승리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13세기에 들어 더욱 더 활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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