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이상문학상 은희경`아내의 상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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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13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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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부가 불임 치료를 받기 위해 불임 클리닉이 있는 강남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전세값이 싼 신도시로 이사를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부부는 너무나 표준적이고 일반적인 현재의 부부 상이다. 어느 정도는 행복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하고... 그러나 소극적인 아내의 존재론적 방황은 평온한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삶에 파동을 일으킨다.
신도시에 가면 막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강남에 있었던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파트의 규칙성과 인간이 배제된 대단위 계획에 아내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쩌면 이사오기 전 곯았던 진물이 신도시에 와서 터져버리는 결과가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불만'이라는 돌연변이 유전인자를 갖고 있 는 아내가 시종일관 순종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돌연 탈출과 일탈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 에게도 희망과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음을 표명하고 있다. 물론, 결국에 그 의지가 꺾어버 려 다시 소생할 기회가 상실한 듯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조용한 반란을 시도 했던 것처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란을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열성과 우성의 표면적인 조화, 대립, 대결 그리고 좌절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세계와의 대결에서 패배하는 '전설'과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서울이 비단 서울에서 끝난 것이 아닌 신도시로의 확장되었음을 가리키고 있다. 약간의 정신병을 지닌 이 소설 속 아내를 통해 서울과 또한 서울과 비슷한 신도시에서의 건축적 반응을 지켜볼 수 있다. 개인의 존재론적 고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나, 물질적 배경인 신도시의 건축적 환경이 주인공의 심리에 상당량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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