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독후감 감상문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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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제목을 보자 문득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이 떠오른다. 예전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 수필은 가을에 어울릴 만큼 참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다. 낙엽과 라면은 그 냄새만큼이나 대조적이다. 사춘기 소녀의 시집 한 페이지에 살포시 끼어 있을 것 같은 낙엽과는 달리, 라면을 담은 양은 냄비 밑에는 김칫국물이 묻은 책이 깔려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 분식집에서 라면이나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는 그때의 기분을 쓸쓸함으로 표현한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쓸쓸함보다는 창피함이 앞설 것 같다. 혼자 밥 먹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우리의 정서 때문이다. 라면을 앞에 두고 쓸쓸함을 느낄 나이면, 밥 벌어 먹는 것이 한 없이 힘들고 지겨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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