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교육론] 시를 배우며(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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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런 걸 보면 나는 내가 거꾸로 매달아놔도 시를 쓸 만큼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앞으로 계속 하기로 결정한 일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쳐서 빠져들 만큼 좋아하는 일이라야 한다는, 일종의 결벽증을 나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을 안 쓰는 건 끼니를 거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시는 선생님과는 달리, 반드시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면 한두 끼쯤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그만이라고 여기는 걸 보아 나는 아무래도 시에 관해서는 배가 부른 상태요 결벽증은 있으되 손을 씻지 않는 상태인 것만 같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던 중학교 때부터 그러했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순간이 아니라 국어선생님이 요구하는 순간에 펜을 잡았었다.
그런데도 내가 여전히 시를 쓰려는 것은 내가 외롭기 때문이고, 누군가를 붙들고 쏟아내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을 깨달은 건 선생님께서 필사하라고 주신 이성복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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