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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Ⅰ. 서론 1. 도종환의 생애 2. 도종환의 시세계 Ⅱ. 본론 1. 접시꽃 당신 2. 어떤 마을 Ⅲ. 결론 |
본문내용 |
Ⅱ. 본론 1. 접시꽃 당신 분단 현실, 민족, 군사독재 등의 거시담론을 논하던 30대 초반,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내는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아기를 포기해야 하지만, 아내는 끝내 새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아내는 고통 가운데 죽게 되었다. 매일 아내의 무덤을 찾으며 써내려간 시. 그런 시를 모아 낸 책이 바로 <접시꽃 당신>이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작품 해설> 접시꽃당신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쓴 시이다. 이 시에서는 단순히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은 어떠할까 하는 구체적인 연대감과 목숨 있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한 각성을 표현하였다. |